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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Ko Mar 09. 2016

백설공주의 성, 세고비아 알 카사르에 가다.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기 그 다섯 번째 이야기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 세고비아에는 유난히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많다. 세고비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가 건설한 도시라고도 하고,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의 아들이 정착한 곳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도시의 시작에서부터, 로마 수도교 등 다양한 전설이 전해내려로는 것은 세고비아가 그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꿈과 낭만이 가득한 동화 속 나라, 세고비아에서도 특별한 곳은 단연 알카사르다.  중앙의 우뚝 솟은 탑과 꼬깔 모양의 청색 지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이 곳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의 성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비록, 역광이라 사진에 온전히 옮겨담을 수는 없었으나, 정말 동화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이 곳의 전경을 헬리캠으로 담아 놓은 영상이 있으니, 당장 tvN 홈페이지로 고고싱!!

원래 알 카사르는 중세시대부터 적의 침공에 대비한 요새로 사용되던 곳으로, 지금은 내부에 당시 사용했던 무기와 갑옷 등 군사 장비를 전시해 놓았다. 혹시라도 백설공주를 만날 기대를 품고 입장한다면 조금 실망하겠지만, 그냥 전쟁 기념관 관람하는 셈 치고 내부도 한 번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세고비아까지 와서 '알 카사르'에 들어가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게다가 입장료도 그리 비싸지 않다.

<세고비아 알 카사르 입장 정보>
* 입장료 : 5유로 (탑 : 2유로 별도) / 스페인어 가이드 투어 : 8유로 (탑 입장 포함)
* 오디오 가이드 : 3유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없음
* 입장 가능 시간 : <4~9월> 10시 ~ 19시 / <10~3월> 10시~18시

입장권은 알 카사르 건너편 건물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알 카사르에서 직접 가이드를 고용, 저렴한 가격으로 투어도 제공한다. 물론 스페인어로 설명이 진행되었지만, 고맙게도 함께 갔던 친구가 영어로 통역을 해줘서 내용을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한번 예습을 해서 그런가? 내부 관람을 하면서 중간중간 낯익은 곳이 제법 있다. 말을 타고 있는 기사의 모습을 보면서, 갑옷 무게만 20kg에 달한다며, 스페인에서 태어나 사극 촬영을 했으면 꽤나 힘들었을거라는 농담을 주고 받았던 장면이 기억나...지 않아서 영상 다시 찾아봄 ㅋ

성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본 카스티요 지방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오후 6시를 지나면서, 해가 점점 서쪽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이 때가 성 안에서 바깥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최고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밖에서 사진을 찍을때는 역광 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처음에는 알 카사르가 그냥 군사 박물관(?) 비슷한 곳이려니 했는데, 무기와 갑옷 외에도 왕과 귀족들이 회의를 하던 장소와 침실, 심지어 예배당까지 그대로 복원되어 있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며 구경을 하다보니, 정말 중세 시대의 성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곳은 중세시대때 부터, 무기창고로 쓰였던 곳이다. 크고 작은 대포와 창, 갑옷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갑옷의 사이즈가 꽤 작은 편이었다. 스페인 애들이 축구하는 걸 보면서, 피지컬이 꽤 좋은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중세 시대에는 못 먹고 자라서 그런걸까?

벽 위쪽에는 스페인 각 지방을 대표하는 주(州) 깃발이 걸려 있다. 카스티요, 아라곤, 카탈루냐 등등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었던 곳은 물론 스페인의 크고 작은 지역들은 각자 고유한 깃발과 문양을 가지고 있다. 어찌보면 그냥 깃발 하나에 불과한데,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 

무기창고 바로 앞에 뜰이 하나 있는데, 유사시에 물을 저장하는 곳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분명히 그렇게 들었는데, 물을 어떻게 저장했는지, 그리고 이 곳에 물을 채우면 그 물을 어떻게 사용을 하고 이동했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뭐, 내가 영어를 잘못 알아들었거나, 여행을 다녀온지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왜곡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ㅡ.ㅡ;;

뭐, 아무튼 넓다란 뜰을 지나 다음 방으로 이동했더니, 신식 무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포가 쇠로 만들어진데다가 두께가 가늘어졌고 바퀴까지 달린 것을 보니, 배경이 중세시대에서 근대로 넘어갔나보다. 이 곳에는 대포, 총 등 신식 무기 뿐 아니라, 전 세계 식민지에서 가져온 광물도 전시되어 있다. 항상 그렇듯, 마지막 전시관에서는 이미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집중이 잘 안된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어슬렁거리며, 대충 훑어보고 방을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그렇게 백설공주의 성, 알 카사라 내부를 관람한 후,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원을 그리며, 계단을 따라 끝없이 올라가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알 카사르 뿐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의 탑을 올라갈때 겪는 현상이다. 내가 여길 왜 올라가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과 후회가 밀려오지만, 도로 내려갈 수도 없는 노릇, 일단 계단에 발을 올려놓았으면 갈때까지 가봐야 한다.

그래도 막상 위로 올라와서 탁 트인 높은 곳에서 도시 전경을 내려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통이 사라진다. 알 카사르 탑에 올라 내려다 보니, 세고비아가 참 작고 아기자기한 도시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세고비아 대성당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출날 것 없는 작은 건물들이 올망졸몽 모여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그림자가 길어지고, 탑에서 내려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사실, 마드리드에서 기차에 올라탄 시각이 오후 3시 반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으면, 좀 더 여유로웠겠지만, 약 3~4시간 정도만 투자해도 세고비아를 왠만큼 즐길 수 있으니, 마드리드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서 고민인 분들은 참고하시길...


시간에 쫓기며 마을 이 곳 저 곳을 헤집고 다녔더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세고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코치니요 아사도' 레스토랑을 찾아 수도교가 있는 아소게호 광장으로 향했다. 코치니요 아사도란, 아기돼지를 통 채로 구운 바베큐 요리로, 세고비아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이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스페인에 오기 전 부터 꼭 먹어볼 것을 다짐했던 음식이기도 한데, 과연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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