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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석 Jul 24. 2022

극한의 엔돌핀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 회사에 붙으려는 마음이 강하면 면접보실 때 머릿속이 하얗게 됩니다. 마음 속으로 이 따위 회사! 떨어지면 어때라고 마음을 먹어 보시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시고 나올 겁니다.”


뭔가 긴장되고, 움츠려 질 때는 자기가 가진 능력을 100% 다 발휘하지 못하고, 왠지 마음이 편하고 자신감이 생길 때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120% 이상 발휘하게 된다. 왜 그럴까?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은 세계 해전사에 없을 위대한 전투였다. 13척의 배로 200여척의 적을 격파하였다. 원래 전쟁에서는 병력차이가 2배만 나도 이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런데 성같은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10배의 적을 상대한 다는 것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출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손에 조선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다. 새로 충원한 초짜 병사들과 13척의 외로운 배로 저 막강한 일본군을 막는다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다.


울돌목(명량)에 자리를 잡고 적을 막기로 한 것이다. 출정전에 이순신 장군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 놓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반드시 죽으려고 하면 살 것이고, 살려면 죽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예전에 TV에서 즐겁게 살면 뇌에서 '엔도르핀'이 나와서 건강해진다고 하던 이상구 박사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살면 모르핀 같은 아주 강력한 마약성분인 '엔도르핀'이 뇌에서 분비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몸에 문제가 없는 마약인 것이다.


엔도르핀은 모르핀과 같은 진통의 효과와 자율신경 중에 부교감 신경을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불안, 긴장, 초조, 심계항진 등 사람이 정신적인 불안정 상태와 통증을 유발시키는 상태를 부교감 신경의 흥분으로 인하여 편안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며 통증마저도 없애주는 강력한 진통작용을 하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업무를 하다가 엔도르핀을 맞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이것을 '뽕' 맞았다고 부른다. 엔도르핀은 즐겁고 신날 때도 나오지만 극한의 순간에도 나온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거의 포기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 포기하지 않고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게 되는 것이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자신이 피곤한지도 모르고 그냥 또랑또랑하게 그 일을 몰입하여 처리하게 된다. 딴 생각도 안 나고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도 그 일을 이뤄내게 된다.


어설프게 살려는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전념하지 못한다면 결국 실패하고 죽을 것이기 때문에 이순신 장군은 자신과 부하들을 극한으로 몰았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지금 이순간 죽고 사는 생각 내려 놓고 적을 무찌르는 것에만 집중한 조선수군은 몰입상태에 들었고 엔도르핀이 나오게 되어 자신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큰 일을 성공하게 되었다. 몰입상태에 들어간 조선수군의 기세에 결국 일본군이 지게 되면서 다시 제해권을 이순신 장군에게 넘겨주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자주 본다. 가장 자주 보는 것이 올림픽이다. 생각지도 않은 선수가 완전히 몰입해서 저렇게 잘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금메달 예상선수를 제압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왜 그럴까? 잃을 것이 없는 젊은 선수는 등수고 뭐고 상관없이 오직 최선만을 다할 뿐이기 때문이다.


엔도르핀이 분비되는 순간 머리 속이 시원해지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몇 일 밤이라도 샐 수 있을 만큼의 맑은 정신을 가지게 된다. 일반 사람은 가끔 게임이나 스포츠를 하다가 이런 상태에 들어갈 때가 많다. 일에 몰입해서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여 본 사람이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필자는 엔도르핀을 맞아 보아야 업무의 내공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일에 성공해 본 사람은 왜 그런지 몰랐을 뿐이지 이런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숨이 차서 극한에 도달했을 때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편해진다는 것도 이런 원리와 동일하다. 내공이 있는 사람은 내공이 있는 사람을 안다. 몇 마디만 나눠 봐도 안다. 그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엔도르핀을 경험해 볼 수 있는가?


(1) 자신의 업무를 극한으로 몰아붙여라

(2)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시한을 자신에게 부여하라. 이 데드라인이 넘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3)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여서 극한에 도달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웃으며 '이까짓 것'이라는 마음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에 임하는 순간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럴 때 엔도르핀, 세로토닌이 나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독자 분들도 천연 마약인 '엔도르핀'을 한번 제대로 맞아서 업무 내공과 역량을 많이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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