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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Jan 10. 2021

세탁기가 얼었다

웰컴 투 서베리아


세상에.

날씨가 아무리 춥다지만 세탁기가 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3초 정도 멍 때리다 빨래가 쌓여있는데 어쩌지, 하고 생각하다가 일단 그냥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었다. 혹시나 해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니 세탁기뿐 아니라 수도 동파 신고도 꽤 많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이 꽁꽁 얼어 얼음이 된 걸 보고 깜짝 놀란 딸이 말했다.


- 엄마, 엘사가 이런 날씨에 사는 거지?

- 그럴걸?

- 근데 엘사는 이 날씨에 어떻게 그 얇은 드레스만 입고 살지? 대단하다 그렇지?


그러게 딸아, 엘사 대단한 것 같다.

엄마는 이런 날씨면 벌써 이민 가고 없을 것 같은데.


관리사무소에서는 하루 종일 안내방송을 했다.

동파 위험이 있으니 계량기 점검을 해주시고 수도나 보일러 안 터지게 물을 뚝뚝 흐르게 두시고 저층세대 역류 위험이 있으니 세탁기는 가급적 자제해주시거나 낮에만 돌려주시고...........


날씨는 도통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말로만 듣던 빨래방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 빨래방이 있어서 남편과 함께 빨래 짐을 싸서 갔다.



빨래방의 가장 큰 장점은 건조까지 1시간이면 모든 일이 끝난다는 것이었다. 세탁 30분, 건조 30분이었다. 대용량이라 그런가 보다.

날씨가 춥다 보니 빨래방이 거의 만석이었다. 자리가 날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가 세탁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 빨래방에는 오락기도 있었다. (덕분에 1시간 동안 4천 원이나 탕진했다. 1게임 당 5백 원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다 보니 금방 세탁이 끝나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마 내일 또 갈 것 같다)




이번 한파는 북극발 한파라고 했다.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인데, 북극의 바다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소용돌이가 약해져 한파가 한반도를 비롯한 북반구 지역에 찾아온다고 한다.

작년 여름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폭우가 한 달가량 쏟아졌고 겨울에는 북극한파라니. 코로나만큼이나 지구도 몸살을 앓는 중인가 보다.

예전에는 날씨가 추우면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걱정이 된다. 아마 딸아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에는 어떤 환경일지 걱정이다.


한파는 다음 주 화요일이나 되어야 좋아진다고 한다. 지구도, 그 지구에 사는 인간들에게도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 지구가 아프다고 외치는 이 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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