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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Feb 07. 2021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주차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ㅠ


주차가 뭔가요? 혹시 먹는 건가요?

ㅠㅠㅠㅠㅠㅠ


초보인 내가 운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학원 첫날에는, 좌회전 우회전이 세상 어려웠다.

그때의 취미이자 버릇은,  지나가는 차만 쳐다봤다는 것이다.


그래 너, 우회전 얼마나 잘하나 보자.....

어? 잘하네... 나만 못해ㅠㅠ


도로주행 때는, 그냥... 도로에 쌩쌩 지나가는 모든 차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면허까지 따고 나니, 이제는 주차하는 차들만 유심히 본다.


아니, 어떻게 다들 저렇게 주차를 잘한담?


그냥 잘하는 게 아니다. 주차할 때 수정조차 하질 않는다. 그냥 훅, 하고 쑤욱 들어간다. 간격이 정확히 중간이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운전의 꽃이 주차라더니.


주차를 못해서 운전을 못하는 슬픈 짐승이 여기 있다

ㅠㅠㅠ

어딜 가질 못하겠다. 왜냐면, 운전의 끝은 결국 주차이기 때문에.


하지만 나에게는 뭐가 있다? 세상만사 다 들어있는 유튜브가 있지.

유튜브를 들어가서 주차 영상을 눈이 빠지게 보았다.

영상마다 나름 주차의 공식이 있었다.


주차선을 어깨에 맞추고 반대쪽으로 꺾는데 차 엉덩이가 주차칸 1/3쯤 들어가면 후진을 하고...


흠.. 저렇게 한 방에 들어간단 말이지.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앞도 뒤도 없는 이 쓸데없는 자신감이란.


근데..... 이론과 실전은 달랐다.

아주 많이.


이상하다. 유튜브 아저씨는 이렇게 해서 후진하니 수정 한 번 안 하고 바로 쏙 들어갔는데.

이 정도면 뭐... 주차칸이 한 세네 칸 있어도 불가능하다. 세로로 생긴 주차칸에 거의 가로로 넣는 식이다.

(남편이 참 이상하단다..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며)

옥신각신. 우리 부부의 목소리가 서로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왜 널 운전학원을 보냈는데. 너랑 안 싸우려고 그런 건데... 다들 그러더라고. 부부끼리 운전 가르치면 안 된다고. 근데 주차로 이렇게 싸우다니....”


저기요, 학원에서는 주차 안 가르쳐줬거든요.

물론 T자 주차는 했다, 그러나 그건 100프로 공식이었으므로 세상 쉬웠다. 그래서 난 주차도 쉬울 줄 알았다........


남편이 가르쳐준 주차 공식은 이렇다.


주차할 자리로 최대한 차를 가까이 대며 간 후, 이렇게 휙 하고 돌려서 저쪽으로 휙 하고 돌린 후 뒤로 슝하고 들어가면 주차 끝!


-_-


뭐라고요? 익스큐즈 미???

한국말인데도 못 알아듣겠네.


쨌든, 나는 아이를 위해 면허를 땄고 그래서 아이의 학원 등원 일에 픽업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엄마 덕에 학원 편하게 다닌다고. 더 열심히 수업 듣겠다는데 오히려 내가 고마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벌써 저런 말을 할 줄 아는 기특한 아홉 살.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갔다.


이제 남은 건, 주차하는 것.


다행히 평일 오후인 데다 날씨가 추워 바깥 주차장에는 차가 별로 없었다.

여담이지만, 아파트 주차장이 너무 꼬불꼬불해서 들어가기가 너무 무섭다. 아직은 실외에 주차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깨선에 맞추고 핸들을 반대 편으로 돌리고 앞으로 간 다음 후진!

역시나 한 방에 주차하는 건 유튜브에서나 가능하다.

계속 앞으로 뺐다 뒤로 갔다 하면서 주차를 했다.


중요한 건 주차에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흑.

주차를 하긴 했다. 정확히 중간에 주차는 못했다. 자꾸 우측으로 치우쳤다. 그래도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의 삐딱함은 아니었다. 긴가민가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음에도 등에서는 서늘한 땀이 줄줄 흘렀다. 주차를 다 하기 전에 다른 차가 부디 안 들어오길 간절히 바랐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요즘도 여전히 아이 픽업을 다니는데, 절실히 느낀 건

운전은 진짜 계속 “해봐야 는다”는 것이다. 면허를 따고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해봐야 는다”는 것이었는데, 그 말이 절실히 이해되는 요즘이다.


뭐든 경험해봐야 느낄 수 있다.

운전도 그렇고, 모든 것이 그렇다.

모래알들이 모여서 바닷가의 한 부분이 되듯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운전은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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