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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Feb 16. 2021

기대심리

이해보다는 인정


내가 호수라면 그녀는 돌멩이다.

호수가 잔잔해질 만하면 그녀는 호수에 돌을 던졌다.


퐁당.


호수는 본디 태생이 예민하고 유리 같은 데다가, 자의든 타의든 그녀가 던지는 그 돌의 파장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가서, 호수가 다시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나는 한없이 가라앉았고, 우울했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또 호수에 돌멩이를 던졌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는 여리지만 강하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었다. 상처도 많았다. 그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옆집 아줌마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툭, 꺼낼 때면 나는 그녀에게 같은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연민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이른 새벽의 시큰한 한강공원이자 화창한 어느 낮의 남산타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겐 늘 진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그녀에게 서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그녀를 생각하고 챙기고, 아끼는데

왜 그녀는 나에게 고마워하질 않을까.

왜 그녀는 호숫가에 와서 호수를 바라보질 않고 건너편 들판만 바라보고 있을까.


그 의문과 서운함은 한겨울 미세먼지 같이 서로 뒤엉켜 좀처럼 마음속에서 밀어내질 못했다. 결국 그것들은 쌓이고 쌓여 미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본의 아니게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게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어쩌면, 그녀가 지나다니는 아주 익숙한 동네 한 켠의 쓰레기통이자 스쳐 지나가는 휴게소 화장실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랬다.

사람의 마음은,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이었다.

물론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마음이 그렇게 시키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으리라. 사랑에도 이유가 없듯이 마음이 가는 것도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냥, 그러고 싶으니까.

그게 답이었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홀로 거실에 앉아 생각을 곱씹었다. 어쩌면 깨달은 것 같다.

내가 그녀에게 진심이었던 것 역시,

어쩌면 내 마음 편하자고 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설명이 안 되는 그녀의 마음처럼 나 역시.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그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던 건 아닌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봤다.

그래서 노력하고 다가갔지만, 그녀는 어쩌면 이런 내 마음과 행동이 고맙다기보다는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한 행동들은 뭘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고, 그저 선의였으므로 당연히 그녀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서운하고 화를 냈었던 것 같다. 바라지 않았으나 결국 바랐다.


이 망할 기대심리.

결국 그것이 그녀도, 나 자신도 괴롭게 만들었다.

내가 괴로운 것도, 한없이 아래로 가라 앉은 것도 다 내가 원인이었다.


결국 잘못은 그녀가 아니라 내가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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