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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Jul 08. 2021

할머님이 우셨다

타인의 삶, 나의 삶


병원에 가면, 타인의 삶들이 가득하다.


마트에 다녀와 짐을 정리하는데, 남편이 아주 뾰족한 우산을 그만 내 발등 위에 떨어뜨렸다.

악 소리를 지르지도 못할 만큼 심한 통증과, 곧 부풀어 오르는 발등을 보고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남편과 눈으로 조용히 남편에게 욕을 하던 나는, 곧바로 정형외과로 향했다.


병원의 특성상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년층이 많았다. 나는 조용히 앉아 주변을 찬찬이 돌아보았다. 사실 정형외과는 거의 온 적이 없어서, 다양한 물리치료 기계들도 신기했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중 눈길을 끈 한 할머니. 그녀는 이미 이 병원에 자주 오는 듯 간호사와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 앉았다. 단아하게 빗은 흰머리가 전등에 반짝였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진주를 떠올렸다.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흰머리카락 색깔이 그것과 꽤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얼마 전 이 병원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모양이었다. 붉은색 옷을 입고 목에 스카프를 한 그녀는 말투도 꽤 귀여웠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녀는 조용히 뉴스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있던 우리 모두는 매우 당황했다.

그 작은 체구의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 건지, 그녀의 울음은 거의 통곡에 가까웠다.


간호사가 휴지를 건네며 할머니를 달래기 시작했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많이 불편하세요?”


그녀는 한참 동안 대꾸도 없이 눈물만 닦다가, 조용히 대답했다.


“ 억울해서 그래. 억울해서”


“ 뭐가 억울하세요?”


“ 엊그제 청춘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됐잖아”


…………


우리 모두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말없이 서로만 바라보았다.


“ 난 정말 열심히 살았단 말이야. 남편도 일찍 죽어버려서. 그런데 눈 깜짝할 새 이렇게 늙어버렸어. 그뿐이야? 늙으니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을 하루도 안 가는 날이 없으니 너무 서러워. 애들한테도 아프다고 푸념도 못 해. 걱정할까 봐. 요양병원에 들어갈까 생각 중인데 그러려니 너무 서럽고 억울해.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거 아니야 결국…”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가 흘린 그 많은 눈물 속에는 그녀의 세월이 오롯이 들어가 있었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마음이 같았을 것이다.


그러더니 옆에 앉아있던, 다리에 깁스를 한 내 또래로 보이는 남성 한 분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할머님! 저보다 더 잘 걸으시는데요? 저에 비하면 할머님은 뛰어다니시네요! 금방 건강해지실 거예요!”


그녀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인생이란 뭘까.

우리는 탄생이라는 같은 위치에서 시작하지만 삶을 오래 누리는 사람, 태어나자마자 죽는 사람 등,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고 느껴지는 시간조차도 사실은 불공평하고, 고생 없이 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가난과 싸워야 하는 사람도 있는 등 제각각의 시간을 살고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삶은 참 불공평하다. 가끔은 균형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왠지 꼭 한쪽으로 치우치는 느낌이다.


자신의 삶을 뒤돌아 봤을 때 후회가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 삼십 대인 나 조차도 뒤돌아보면 후회투성이인데. 그래서 그녀의 눈물이 더 마음에 와닿았고, 공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후회가 없는  사는  결국 나의 목표일 텐데 사실은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아이러니. 나는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것인가 대한 고민을 다시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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