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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빛 Dec 10. 2020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하는 세상이라니


내가 이런 글을 쓸 줄은,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앞서 글을 썼듯이, 나는 얼마 전 받은 자궁 용종 술 이후부터 컨디션이 최악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아이는 그나마 가던 학교도 거의 못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또다시 아이의 원격수업과 과제, 아이의 지루함과 짜증까지 오롯이 견뎌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입으로는 항생제를 삼키며 눈으로는 아이를 끊임없이 쫓고, 마음으로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증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주 금요일부터였다.


오래전 아이가 돌이 되었을 무렵, 아이가 돌치레를 하는 것처럼 나 역시 크게 아팠다.

바이러스성 폐렴이었는데, 2주 넘게 입원을 할 정도로 너무 아팠다. 어디가 아픈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태양을 삼킨 것처럼, 온몸이 불덩이인 데다가 약은 도무지 듣지를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를 붙잡고 그냥 살려만 달라고 울었다. 아침저녁으로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때였을 것이다.

그때 느낀 게 하나 있었는데, 이상하게 엉덩이나 골반 쪽 근육통이 있으면 어김없이 열이 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엉덩이와 골반쪽이 이상하게 아팠다. 그뿐이 아니었다. 양 어깨는 마치 누가 타고 누르는 것 마냥 무겁고 아팠다. 나는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한순간에 직감했다.

체온을 재 보니 37.7.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열감 말고는 아무 증상이 없었다. 기침도, 콧물도, 그 무엇도 없었다. 그냥 오직 골반통과 열감, 이 둘 뿐.


코로나인가....?



코로나라고 하기엔 애매했다. 왜냐하면, 나는 동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주말에만 가는 마트, 가끔 집 앞 산책인데 그 마저도 최근에는 하질 않았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600명씩 쏟아진다고 연일 보도하고, 감염원인이 불명확한 사람이 전체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누구와 동선이 겹친 걸까.

마트에서 계산할 때 그 앞의 사람? 달걀을 집을 때 옆에 서 있던 사람?

아니야, 나는 지금 컨디션이 최악이라서 그래. 좀 자자. 자고 나면, 쉬고 나면 좋아질 거야.


마침 주말이었으므로,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낮잠을 청했다. 물론 깊은 수면은 힘들었지만, 쉬어야 했다. 온수매트를 아주 뜨겁게 올린 후, 그냥 누워버렸다. 어디부터가 천장이고 어디부터가 바닥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혼미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도.


온갖 약을 다 먹어본 후에도 차도가 없자 일요일이 되어서야 나는 용기를 내어 1339에 전화를 해 보았다. 코로나 검사에 대한 문의였다.

많은 사람들의 문의를 받았을 텐데, 그는 참 친절하고 차분했다. 난 당황해서 횡설수설 엉망이었는데도.. 울먹였다가 차분했다가.

(이름 모를 그 상담원님께 감사드린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그는 내 증상과 동선 등을 듣더니, 애매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역 보건소를 연결시켜 주셨다.

물론 보건소에서도 애매해다는 반응을 보였다. 확진자 접촉이 없으며, 동선이 짧기 때문이었다.

우선 일반 병원 진료를 보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물론 내가 원하면 코로나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셨지만 일단은) 병원 진료를 보았다.


- 코로나는 아닐 것 같아요. 피곤하셔서 그런 것 아닐까요. 근육통도 있으시고 지금..

의사 선생님은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며 해열제와 근육이완제를 처방해주셨다.


4일째,

병원 처방약이 도대체가 듣질 않았다.

열은 거짓말처럼 그 이상 나진 않지만 그 이하로도 떨어지질 않는다. 증상이 도무지 하나도 없다. 그냥 열만 난다. 약간의 근육통만 있을 뿐이다.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벌써 4일째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잠이 들 때 안아주지도 못해서 그게 제일 미안하다. 속상하다.

예쁜 내 딸. 꼭 안아주고 싶다. 이 열이 내리면 제일 먼저 너부터 꼭 안고 놓지 않으리라.


결국 나는 다시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 진료를 받았음에도 열이 지속된다고 하니, 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한다.

요즘은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8시 반까지 선별 진료소가 운영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저녁을 차리다가 그냥 뛰어갔다.

검사를 받을 때, 그리고 받고 난 후에는 대중교통은 절대 이용 금지다. 그냥 걸어서 집엘 가든가, 자차를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 내가 코로나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옮을 수도 있는데, 당신은 걱정도 되지 않아?

- 그럼 뭐, 어쩌겠어. 같이 아프면 되는 거지.


남편이 아주 쿨하게, 부드럽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나는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차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보건소로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감정이 다 들었다.

확진이면 어쩌지. 그럼 내 남편은? 내 아이는?

내가 왜 도대체 마트에 가서 장을 본 걸까. 산책은 뭐하러 한 건가.

아니 아니, 그동안 내가 무슨 짓을 하면서 살아온 건지에 대한 전체적인 회의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복잡했다.




거의 운영시간 끝에 가서 그런지 대기자는 없었다. 검사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 후 바로 검사를 받았다. 증상 유무, 해외나 확진자 접촉 이력, 증상 발현 기간, 그에 따른 치료의 경험 등을 아주 꼼꼼하게 작성했다.


직원분들이 많이 지쳐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이 추위에 핫팩 하나 들고 아침부터 8시 반까지 많은 검사자들을 상대해야 할 테니 말이다. 마음대로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도 불편할 테니. 그분들이 짠해 보이고 죄송했다. 내가 열이 안 났다면, 나 한 사람이라도 없었으면 덜 힘드셨을까. 그 모습을 실제로 보니 그분들 때문이라도 안 아파야겠다, 싶었다.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투명한 아크릴 창에 서로를 바라보며 검사를 해야 해서 그런지, 말을 하는 대신 유의사항을 아크릴 창에 부착해 놓고 읽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한번 더 물어보신 후, 검사 키트를 쥐어주셨다. 키트를 받으면 옆 칸으로 이동하는데, 거기 계신 분이 아주 길쭉한 고무장갑 같은 곳에 손을 넣어서 그 키트로 검사를 진행해주신다.

입천장에 한 번, 콧 속에 한 번 검사 키트를 쑤셔 넣는데, 특히 콧 속 검사가 아프다. 코로 들어간 면봉 같은 그것은 거의 목구멍으로 나오기 직전까지 쑤셔 넣으신다 ㅠㅠ 그렇지만 나는 독감 검사를 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참을만했다.

거의 2~3분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나고, 허탈함과 불안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며 집에 오는 내내 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더 이상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검사 결과는 다음날 11시 전후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밤 새 한 숨도 못 잤다.


아침 9시쯤, 낯선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아, 다행히 음성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를 꼭 안아준 것이다. 다행이라고 아이가 웃는데,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일단 이제 마음껏 아이를 안아줄 수 있다. 그 평범한 일상에 감사했다.


코로나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고, 나를 포함해 다들 많이 예민해졌고, 지쳤다. 하지만 느낀 것도 있다. 이 기회에 나를 조금 더 돌아볼 것, 건강에 더 신경 쓸 것,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할 것.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들은 우리 주변에 아주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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