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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ug 07. 2024

입추

<  삶의 다정한 목격자 >




입추


이렇게 더운 여름이 또 있었을까.

까마득히 오래전에 이보다 더 더운 여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하지 못할 뿐.


하지만, 마치 처음인 듯 무더위가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듯, 태연한 여름.

그저 자신의 소임을 하는 것뿐이라는 듯, 조금은 

뻔뻔하게 머물러 있는 여름.     


하지만, 어느새 입추.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오고야 말기에

가을이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다.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듯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여름과,

인내심을 가지라는 듯 아직은 워밍업만 하고 있는 가을.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은 오고야 말기에.

여름은 가고, 가을은 올 터.     

언젠가, 그렇게 더운 여름이 있었지, 하고

추억할 날이 올까.

아니면, 그 여름은 더운 것도 아니었네, 할 만큼 더 더운 날이

올까.     


입추를 앞두고, 여름의 태연한 얼굴을 바라본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조금은 이 여름을

좋아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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