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다정한 목격자 >
여름날의 낮잠
밤잠을 설친 터라 작업중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 4시.
침대까지 가기도 버거워, 거실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새우잠을 청한다.
딱 30분의 사치.
내 몸이 이완되는 시간,
단잠을 청해본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열어놓은 창문에선
매미의 마지막 울음이 들린다.
그런데도, 다디단 단잠을 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 같은 평온함 속에서,
잠에서 깨고 나니,
잊고 있던 유년시절의 낮잠, 그 시간이 떠오른다.
일 나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던 그 시간.
그러다 눈을 뜨면 밖은 너무나 어두컴컴했다.
아무도 옆에 없다는 것이 가져다주는 공포와
아침인 듯, 밤인 듯
낯설게 느껴지는 시간의 이질감.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부엌에서 폴폴 풍겨 나오는 밥 짓는 냄새.
딸그락 딸그락.
엄마가 돌아와 저녁을 짓는 냄새와 소리.
그제야 드는 안도감.
나도 이제 저녁을 지어볼까.
부엌을 서성이는데, 단잠에서 깨어난 고양이가
내 다리에 온기 가득한 부드러운 몸을 바짝 붙이고,
사랑을 표현한다.
너에게도 다디단 낮잠이었구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고 머리를 만져주니, '그르렁'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러고 보니, 바람의 숨결도 조금은 달라져 있다.
또 하루가,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