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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Dec 23. 2022

기대수명 120살

일할 날은 아직 많이 남았다

다양한 꿈을 꾸었던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한 분 있다. 과학 선생님 중 한 분이셨는데 약간 송강호 배우를 닮았던 그 선생님은 지구과학 과목을 가르치셨다. 당시만 해도 프리젠테이션 도구를 활용하는 선생님은 별로 없던 시기였고, 그나마 활용되었던 시청각 자료는 OHP 필름 정도였었는데 그 선생님은 무려 파워포인트를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송강호 배우는 '넘버3' 라는 영화로 인지도를 얻었고, 당시 '반칙왕' 이라는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중이었다. 그 선생님은 자신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다닌 학교는 기독교 미션스쿨이었는데, 그래서 종종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에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씀을 하셨다. 그 선생님은 굉장히 합리적인 논리로 만약 믿었는데 죽고 나니까 진짜 하나님이 계시면 다행이고 믿었는데 하나님이 안계시면 쌤쌤(same-same)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게 진짜 하나님이 계실지도 모르니까 일단 믿으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설득하셨다. 그때나 지금이나 통할 리가 없는 논리였다. 그리고 또 기억이 나는 건, 과거로부터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십년만 지나면 평균 수명이 120년이 될 거라고 장담하셨다. 그리고 우리들 역시 120살까지 살 거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현재 나도 120살까지 살 것으로 기대하면서 삶을 살고 있다. 물론 고등학교 때 송강호를 닮은 그 선생님의 말을 믿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나라에도 돈이 많아야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70대까지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기도 하고, 건강만 잘 유지한다면 70대에도 충분히 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그럭저럭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든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일을 하는 것이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50대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60대에는 은퇴하는 삶을 꿈꿨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120살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더 오래 살 수도 있고, 일찍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나는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아직 오지도 않은 먼 미래를 계획하고,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리며 현재를 살아간다. 또한 지난 시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과거의 후회로부터 배우고 반성하며 현재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은 내가 인간이고 시간을 인지하며 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다. 지구 상의 인간을 제외한 어떤 생명체가 시간을 인지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를 반성하며 현재를 알차게 살 수 있을까. 나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시간을 인지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언제부터 시간이라는 체계 안에서 살고 있음을 알았을까. 정확히 알려진 건 아니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였고, 그러한 유적들이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며 살았을 것이다. 자신이 영원히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영원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걸 이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인생의 끝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인정하며 살 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외면한다고 삶이 의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인정할 때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삶에 주어진 시간이 남아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지금껏 살아온 시간들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게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기억하며 지금 현재를 더욱 의미있게 살고자 한다. 10대 후반에 120살까지 살 생각을 했을 때는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40대인 지금은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껴질 것만 같다. 예전에는 40만 되어도 인생의 후반전이라는 말을 했는데, 나는 아직 2쿼터를 뛰고 있다. 아직 더 현역으로 뛰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아직 선수로 뛰고 있다. 






Photo by Anthony DeRosa: https://www.pexels.com/photo/white-rider-analog-watch-at-2-12-time-236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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