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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pr 15. 2023

아저씨 그렇게 들어오면 안돼요

농구가 하고 싶으면 말을 해야지

따다단 딴딴 따다 따-다다

어떤 노래의 전주 부분만을 들리는 느낌대로 적어봤다. 드라마 주제곡이기도 한 이노래는 가요톱텐에서 5주 연속 1위를 했을 것이다. 이 노래의 가수는 히트곡이 이 곡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 드라마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가 농구의  인기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했다.


90년대 초중반, 아직 프로농구가 출범하기도 전에 겨울은 농구의 계절이었고 온 동네 남자 아이들이 축구보다 농구를 더 많이 했던 때였다. NBA의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이 광고모델로 나온 이온음료 게토레이는 물보다 흡수가 빨라서 농구를 하고 난 청소년들의 최애 음료수이기도 했다. 사실 이온음료가 물보다 흡수가 빠른 것은 과장된 것이다. 물에 비해서 당도가 더 높기 때문에 자연스레 더 많이 마시게 되고, 운동 후 부족한 수분을 더욱 충분히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온음료에 포함된 이온 성분 역시 격렬한 운동을 한 후에 전문 운동선수들이 마실 때나 효과가 있지 취미생활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한 경우에는 큰 효과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게토레이 외에도 이름도 이상한 포카리스웨트나 파워에이드 등의 이온음료들이 현재도 팔리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농구를 할 때, 나도 형과 함께 우리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같이 농구를 했다. 두 명이서 할 수 있는 농구는 슛 연습 정도였는데, 그 날따라 사람도 없어서 자유롭게 슛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둘 다 그리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좀만 먼 거리에서 슛을 쏘면 일명 '빽차'라고 하는 에어볼이 나오기 일쑤였다. 한참을 그렇게 잘 들어가지도 않는 슛을 쏘고 있었는데, 비니 모자를 쓴 뚱뚱한 아저씨가 후드쟈켓을 입고 우리가 놀고 있는 농구 골대에 다가오고 있었다. 약간의 경계를 하면서 계속 슛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을 서서 우리가 노는 모습을 구경하던 그 아저씨는 림에 맞고 튕겨 나온 우리 공을 잡더니 우리에게 패스를 하는 대신에 슛을 쏘는 것이었다. 


근데 이 아저씨 농구하는 모습이 좀 독특했다. 슛을 쏠 때 괴성을 지르면서 슛을 하는데, 그 공이 림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다. 슛을 던지는 폼도 예사롭지 않았다. 형과 내가 남자 농구선수들의 슛폼을 따라하면서 한 손으로 슛을 던지는 반면, 이 아저씨는 가슴높이에서부터 양손으로 슛을 던지는데, 여자 농구선수들의 폼과 같았다. 결정적인 것은 입으로 내는 괴성과 함께 왼쪽 발을 뒤로 살짝 들면서 던지는 모습이었다. 형과 나는 당황한 채로 그 아저씨에게 어떤 말도 하지 못했고, 그 아저씨도 그 뒤로 몇번의 슛을 더 던졌다. 그 아저씨는 농구가 되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았는데, 반대로 우리는 더이상 농구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공을 가까스로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하는 농구에 흡수되고 싶었던 그 아저씨를 우리는 그 아저씨가 우리 게임에 스며들게 허락하지를 않았다.



요즘은 농구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좀 아쉽다. 나 역시도 지금 현역 선수들을 국가대표 정도만 알 뿐 잘 모른다. 지금 7살인 우리 아들이 좀 더 커서 함께 농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그 때는 아빠가 너의 게임에 잘 흡수될 수 있기를.



(맨 앞에 느낌대로 쓴 노래는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입니다. 다들 눈치채셨을 거라 믿어요.)



Photo by Kylie Isullivan i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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