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하고 싶으면 말을 해야지
모든 학생들이 농구를 할 때, 나도 형과 함께 우리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같이 농구를 했다. 두 명이서 할 수 있는 농구는 슛 연습 정도였는데, 그 날따라 사람도 없어서 자유롭게 슛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둘 다 그리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좀만 먼 거리에서 슛을 쏘면 일명 '빽차'라고 하는 에어볼이 나오기 일쑤였다. 한참을 그렇게 잘 들어가지도 않는 슛을 쏘고 있었는데, 비니 모자를 쓴 뚱뚱한 아저씨가 후드쟈켓을 입고 우리가 놀고 있는 농구 골대에 다가오고 있었다. 약간의 경계를 하면서 계속 슛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을 서서 우리가 노는 모습을 구경하던 그 아저씨는 림에 맞고 튕겨 나온 우리 공을 잡더니 우리에게 패스를 하는 대신에 슛을 쏘는 것이었다.
근데 이 아저씨 농구하는 모습이 좀 독특했다. 슛을 쏠 때 괴성을 지르면서 슛을 하는데, 그 공이 림 안으로 쏙 들어가는 것이다. 슛을 던지는 폼도 예사롭지 않았다. 형과 내가 남자 농구선수들의 슛폼을 따라하면서 한 손으로 슛을 던지는 반면, 이 아저씨는 가슴높이에서부터 양손으로 슛을 던지는데, 여자 농구선수들의 폼과 같았다. 결정적인 것은 입으로 내는 괴성과 함께 왼쪽 발을 뒤로 살짝 들면서 던지는 모습이었다. 형과 나는 당황한 채로 그 아저씨에게 어떤 말도 하지 못했고, 그 아저씨도 그 뒤로 몇번의 슛을 더 던졌다. 그 아저씨는 농구가 되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았는데, 반대로 우리는 더이상 농구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공을 가까스로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하는 농구에 흡수되고 싶었던 그 아저씨를 우리는 그 아저씨가 우리 게임에 스며들게 허락하지를 않았다.
(맨 앞에 느낌대로 쓴 노래는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입니다. 다들 눈치채셨을 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