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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pr 19. 2023

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

계속 배웅을 해주다보니

유치원부터 친했던 친구가 있다. 온순한 성격의 그 친구는 내 기준에서는 부유하게 사는 친구였다. 내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 친구의 집도 넒었고, 당시 아무나 갖지 못했던 32bit 컴퓨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뿐만 아니라 게임기도 있어서 나는 이 친구네 집에 갈 때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가서 늦게까지 놀곤 했다. 우리는 함께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다른 친구들과 축구도 하면서 당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절친이 되었다. 당시 함께 놀던 여러 친구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는 이 친구가 유일하다. 


이 친구가 5학년 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을 때, 서운함이 너무 커서 몇주동안 정말로 전학을 가는 것이 맞냐고 여러번 물었던 기억이 난다. 나를 놀려주려고 하는 거짓말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당시 우리 반에는 버스를 타고 한시간 걸려 등교하는 아이 대복이도 있었다. 나는 이 친구가 멀더라도 학교는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는 나만의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부모님이 더 조건이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가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친구가 이사를 간 곳은 우리 동네에서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리는 강남이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되었어도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내가 다른 친구들을 모아서 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이 친구가 우리 동네로 놀러 오기도 했다. 비록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도는 줄어들었어도 나는 고등학교때까지도 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이 친구가 유학을 가게 되어서 한동안 연락이 닿지 못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는 종종 안부를 물으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로 남아있다. 


우리는 하루종일 함께 놀고 나서도 헤어질 때면 그렇게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같은 동네에 살 때는 그래도 걸어서 1분 거리였기 때문에 서로의 집까지 배웅을 해주고 돌아와도 금방이었다. 재밌는 것은 누구도 이 배웅하기를 먼저 끝내려고 하지 않았다. 마지막을 서로에게 미루느라 1분 거리의 두 집 사이를 계속 왕복하였다. 결국 어느 하나가 미루기를 그만 두어야 각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 살면 이는 큰 문제가 안된다. 이 친구가 이사를 가고 난 후에 나는 친구들을 모아 이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낮부터 저녁까지 여러가지 게임들을 하면서 논 후에 전과 같이 이 친구가 배웅을 해주겠다며 우리를 따라나섰다. 나는 지하철역까지만 배웅해주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근데 이 친구는 지하철표를 함께 사더니 기어코 우리와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예전에 그가 살던 동네까지 따라왔다. 아마 그 때가 저녁 7시쯤 되었을 거다. 그 친구의 부모님도 그가 거기까지 갔다는 것에 깜짝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그는 옛 동네까지 와서는 한시간동안 함께 오락실에서 오락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전, 이 친구를 만나 옛날 이야기를 함께 나눈 것이 생각난다. 30년 넘게 친구로 지내 온 이 친구가 여전히 내 가장 친한 친구여서 감사하다. 



친구 : 오래 두고 사귄 벗




사진: UnsplashJarritos Mexican S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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