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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ug 14. 2023

어떤 색을 가장 좋아했었나요

눈을 감고 그네 위에서 태양을 바라보세요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도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을 보면 한 해씩 성장하면서 좋아했던 색도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분홍색을 좋아했던 딸은 파란색을 좋아했다가 이제는 초록색이 제일 좋다고 이야기한다. 아들은 파란색을 좋아했었는데, 보라색도 좋아하고, 연두색도 좋아하고 하늘색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색이 수시로 바뀐다. 그 색을 좋아하는 이유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생각나는 색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아이들은 나에게도 어떤 색이 가장 좋은지 물어본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주황색' 이라고 대답을 해준다.


지금도 정말로 주황색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사실 나는 검은색을 좋아한다. 블랙이 전해주는 고급스러움과 독보적인 강렬함 같은 것이 좋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주황색이라고 이야기한 이유가 있다. 주황색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어렸을 때의 따뜻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고, 한 사소한 기억과 느낌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한 낮에 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면 우리는 종종 하늘 위에 떠있는 태양을 바라보곤 했었다. 너무 밝은 태양빛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찡그린 얼굴로 태양을 응시했었다. 뭐 그때는 모든 자연환경이 우리의 놀거리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동네 놀이터는 우리의 주 무대였었다. 학교 끝나고 나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가 모여서 놀던 그곳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넓지도 않은 곳이지만 참 많은 것을 하고 놀았던 곳이다. 특히 그네를 타면 눈앞에 있는 태양 때문에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눈을 질끈 감은채로 그네를 타는 것도 재미있었다. 앞뒤로 움직이는 그네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건 줄을 잡고 있는 나의 두 손 뿐이었다. 눈을 감은채로 내 앞의 태양을 마주하면 눈 앞에 주황색이 나타나는 경험을 많이 했었다. 아마 이 때부터였을거다. 내가 주황색을 제일 좋아하는 색이라고 말한 것이.






그래서 나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아빠가 왜 주황색을 제일 좋아하는지 이유를 말해준다. 그건 아빠가 어렸을 때 그네를 타면서 눈을 감고 태양을 바라보는 놀이를 자주했었기 때문이라고. 







사진: UnsplashJeremy 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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