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사자 Apr 24. 2024

스스로에게 떳떳한 마음

비록 불평하고 욕나오는 상황이지만

  초등학교 시절 나와  이름이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내이름과 가운데 글자만 달랐던 그 친구는(S라고하자) 같은 반이 되면, 이름순서대로 출석번호가 정해졌기에 거의 내 다음 번호였다.   아이는 키도 나와 비슷해서 어떤 식으로든 내 주변에 앉게 될 때가 많았다.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졌었다.


  우리가 사용한 공간은 우리가 청소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 4개 분단으로 앉은 아이들은 한 분단씩 돌아가면서 주마다 청소당번이 되었다. 교실 바닥은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정기적으로 집에서 천으로 된 마른 걸레를 챙겨 와서 바닥에 왁스칠을 했었다. 나무바닥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가 아이들을 통해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었다. 교실 청소 뿐만 아니라 때때로 교무실 청소에도 동원되었고, 화장실이나 특별교실 등도 물론 학생들이 청소를 했었다. 청소 당번들은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남아서 청소를 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가끔씩 청소검사를 생략하기도 했다. 모두가 규칙을 잘 지킨다면 모두가 행복하겠지만 늘 그렇듯 규칙을 안 지키고 도망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럼 나머지 정직한 아이들과 차마 도망갈 엄두를 못 낸 아이들이 도망간 아이들의 몫까지 감당해야 했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은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다. 처벌이 없거나 약하면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바보가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청소를 안하고 도망친 애들에 대한 확실한 불이익이 없었던 것이 아쉽게 여겨진다. 내 친구 S는 도망가는 친구들과 함께 하지 않는 아이였다. 심지어는 혼자서 청소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왜 그렇게 관리감독을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S는 혼자서 거칠게 책상을 뒤로 밀면서 "또 다 도망갔어" 라고 불평하고 도망간 ㅅㄲ들 욕을 하긴 했지만 자기도 도망치진 않았다. 당시 나는 차라리 같이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S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함께 더러워지느니 미련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스스로에게 떳떳한 쪽을 택한 것이다.






  나는 그 친구가 참 훌륭했었다고 생각한다. 부디 불공정함이 용감한 것으로 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얹어진 깃털만한 불편을 감당하기 싫어서, 혹은 아주 사소한 이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의가 용기로 둔갑되지 않고, 모두가 가볍게 여기기 때문에 불의에 무감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photo by Nam Hoang i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승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