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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Mar 29. 2024

승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함께 승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형제 중에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꽤나 피곤한 일이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과하게 표출하여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에게도 승부욕이 남달리 강했던 형이 있다. 가위바위보를 하더라도 승부 결과에 따라 처음 정했던 규칙을 바꾸자고 강요를 했었다. 단판으로 시작했던 것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삼세판이 되고, 계속 진다면 이길 때까지 판수를 어떻게든 늘리려고 했다. 그런 형의 모습 때문인지 나는 모든 첫째들이 전부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이  세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형과 달리 나는 승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갖고 싶은 물건 때문에 형과 경쟁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함께 장기를 두거나 체스를 두거나 블루마블 게임을 할 때에도 내가 졌다 해서 분이 나거나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기면 마음이 불편했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안도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와 별로 연관도 없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지는 것은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개인전이 아니라 단체전에서 우리 팀이 이길 줄 알았는데 지는 결과가 나오면, 가장 큰 분노가 터져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반 별로 이어달리기 시합을 한 적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달리기 시합에 나가는 학생을 무작위로 뽑았던 적이 있었다. 아마도 선생님들이 저학년 학생들끼리는 운동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우리 반 마지막 주자에 의해서 일어났다. 마지막 주자를 남겨 두고 우리 반은 압도적인 1등이었다. 2등과 열걸음 이상 차이가 나 있었기에 이대로라면 우승이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달렸던 친구가 너무 느렸다. 달리다 넘어진 것도 아니었고, 성실하게 달렸지만 가장 마지막에 결승선을 통과하였다. 반 아이들 모두가 실망하였고, 그 중에 내가 가장 크게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반 마지막 주자를 향해 내가 가장 크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한 번은 텔레비전으로 우리 나라의 올림픽 축구 예선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8강이 결정되는 마지막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만난 상대는 이미 예선 탈락이 확정된 팀이었는데, 우리는 최소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했다. 당시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보다 더욱 축구에서는 무시받던 상황이라 우리 상대였던 유럽의 강호는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선지 굉장히 강한 투지로 경기에 임했었다. 우리나라는 먼저 골을 내주고 끌려가다가 가까스로 원더골을 넣어 동점을 만들었고 마침 같은 조의 다른 두팀의 결과도 바라던 상황이 만들어져서 기대감이 크게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얼마 안남기고 우리팀의 실수로 결승골을 허용하였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최종 결과는 다득점에 밀린 조 3위로 예선탈락이 확정되었고, 나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방 안의 장농에게 주먹질을 퍼부었다.


  내가 지는 것에는 그리도 관대한 나였지만, 우리가 지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던 나는 혼자서 경쟁하는 것보다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고, 같은 일로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일을 개척하여 성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Photo by Karthik Balakrishn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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