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반장도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의 반장은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 인기투표의 결과였을까, 친한 친구들의 몰표로 반장이 된 그 아이는 반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학생이었고, 반장보다는 반장의 반면교사로 삼고 싶을 정도의 아이였다. 그나마 좀 인정해줄 만한 것은 신체 운동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 좋은 운동능력으로 그 아이는 이어달리기 대표로도 나갔고, 다른 반과의 축구시합 같은 데는 항상 대표로 나갔다. 그렇게 좋은 능력을 잘 활용하면 좋았을텐데 항상 그랬던 건 아니었다.
오래된 기억이라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 반장이었던 그 아이는 반에서 여자아이 한명과 다툼이 있었는데, 이 여자애도 꽤나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절대 주눅들지 않을 성격을 가진 아이였기에 싸움이 나자 둘 다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유치하지만 그 두사람은 실제로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웠는데, 이긴 쪽은 반장이었다. 반 아이들 전체가 보는 가운데 벌어진 싸움이었기에 모두가 숨죽이고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내 이름이 들렸다.
"난 너같은 애 반장으로 안 뽑았어! 난 OO이(내 이름)를 뽑았어"
이 말과 함께 그 애는 엉엉 울었다. 그리고 반장도 대답했다.
"그럼 OO이 보고 반장하라고 해"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나를 주목하였다. 난 반장도 아니었는데, 심지어 부반장도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도 나는 반장선거는 계속 나갔지만 인기는 지지리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