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사자 Mar 27. 2024

난 반장도 아닌데

부반장도 아니었는데

학창 시절 반장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아이도 아니었으니까 스스로도 반장이 될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래도 반장 선거를 하면 항상 후보에는 있었고 아무것도 맡지 않을 만큼의 득표를 하고 정말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그래도 친구들 중 누군가는 내게 표를 주었다는 것이 좋았고 예상보다는 많은 수였다는 것이 기뻤다.


어리지만 아이들의 눈에도 반장을 할만한 아이를 알아차리는 능력은 있는것 같다. 새학년이 되어서 하는 투표에서 아이들은 짧은 시간의 경험과 느낌으로 반장을 선출한다. 그 시간에 리더십이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으니 짧은 공약 발표와 외모를 보고 뽑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반장의 얼굴에 어울리는 다수의 선택을 받은 아이가 반장이 되었다. 새학기에 선출된 반장은 빠르게 가장 영향력있는 아이가 되는데 가끔 부작용도 있었다. 반장은 리더쉽에 대한 기대를 받게 되는데,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이지만 리더쉽의 특성은 나이와 상관없이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반장은 솔선수범해야 하고, 친구들을 두루두루 살피는 관심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친구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너무 장난이 지나친 아이들을 말리기도 해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 반의 반장은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말 인기투표의 결과였을까, 친한 친구들의 몰표로 반장이 된 그 아이는 반에서 가장 말썽을 많이 일으키는 학생이었고, 반장보다는 반장의 반면교사로 삼고 싶을 정도의 아이였다. 그나마 좀 인정해줄 만한 것은 신체 운동능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그 좋은 운동능력으로 그 아이는 이어달리기 대표로도 나갔고, 다른 반과의 축구시합 같은 데는 항상 대표로 나갔다. 그렇게 좋은 능력을 잘 활용하면 좋았을텐데 항상 그랬던 건 아니었다.


오래된 기억이라 자세한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정확하지도 않다. 반장이었던 그 아이는 반에서 여자아이 한명과 다툼이 있었는데, 이 여자애도 꽤나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절대 주눅들지 않을 성격을 가진 아이였기에 싸움이 나자 둘 다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유치하지만 그 두사람은 실제로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웠는데, 이긴 쪽은 반장이었다. 반 아이들 전체가 보는 가운데 벌어진 싸움이었기에 모두가 숨죽이고 상황이 정리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내 이름이 들렸다. 


"난 너같은 애 반장으로 안 뽑았어! 난 OO이(내 이름)를 뽑았어"


이 말과 함께 그 애는 엉엉 울었다. 그리고 반장도 대답했다.


"그럼 OO이 보고 반장하라고 해"


우리 반 모든 아이들이 나를 주목하였다. 난 반장도 아니었는데, 심지어 부반장도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도 나는 반장선거는 계속 나갔지만 인기는 지지리도 없었다. 







사진: UnsplashNatalie Pedigo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짝꿍이 결정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