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장은 모두 같은 말을 한다. '판촉사원 자리가 또 줄었대.'"
그 말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그저 이 시대가 흘러가는 방향이 되어버렸다.
매장마다 효율을 내라 아우성이 이어지고,
그 효율이라는 단어 아래 우린 근무일수 축소, 인원 철수, 조건 재검토가
차갑게 메일로 내려온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눈치만 본다.
“제발… 이번엔 내가 비켜나가길.”
홈플러스는 최대의 고비 앞에 서 있고,
판촉의 숫자는 매달 줄어들고,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바닥 전체가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
이 일을 지키는 건 단순한 생계가 아니다. 자신의 품격(dignity)을 지키는 일이다.
이 현장은 원래 "버티는 자의 세계"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의 버팀은 단순한 끈기가 아니다.
희망 없이도 하루를 견뎌내는 기술에 가깝다.
고객은 줄었고, 고객사의 요구는 디테일해졌고,
매장엔 오늘 행사보다 내일 걱정이 더 많이 오간다.
그 한가운데서도 우리 판촉사원들은 누구보다 조용히,
누구보다 담담하게 자신의 하루를 채운다.
눈치 보면서도 매대를 정리하고, 불안하면서도 고객 앞에 선다.
매번 달라지는 조건 속에서도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약해서가 아니다.
그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고, 결국 버텨낸 방식이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는 방식. 흔들리지만 끝내 걸어 들어가는 방식.
예술은 화려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우리는 오늘도 현장에 선다.
희망이 넘쳐서가 아니다.
누가 알아주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하루가, 내가 책임져야 할 '하루'이기 때문이다.
판촉사원의 자리는 줄고, 예산은 줄고, 조건은 더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대를 하나하나 채우고,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눈 맞추며 설명한다.
그리고 퇴근길에 서로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수고했어요."
그 작은 한마디가 우리의 일상을 예술로 만든다.
풍파가 오래갈지도 모른다.
구조조정의 그림자는 오늘보다 내일 더 짙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수없이 버텨낸 사람들이다.
한 번의 위기, 두 번의 통보, 세 번의 축소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에 서서 다시 하루의 온기를 채워온 사람들이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지킬 수 있는 단 하나는 무엇인가?
늘 같은 답이 돌아온다.
내 하루.
그 하루가 모여 경험이 되고, 경력이 되고, 실력이 된다.
그리고 그게 우리의 자존감이 되고, 우리의 예술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이 하루에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