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컨하우스 대신 좋은 사람을 곁에 두기로 한 이유
무엇을 가질까보다, 누구 곁에 머물까
십수 년 전, 제천에 전원주택 매물이 나왔다.
집보다 조경이 더 마음에 들었고,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차를 몰았다.
올림픽대로에서부터 막혔다.
한 시간, 또 한 시간.
도착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기대는 점점 식어갔다.
결국, 나는 차를 돌렸다.
그날 알았다.
세컨하우스의 진짜 비용은
매매가가 아니라 ‘가지 못하는 날들’이라는 걸.
사놓고도 가지 못하는 집.
그건 언젠가부터 기다림이 아닌
마음의 짐이 된다.
그 후로 나는 농담처럼 말하고 다녔다.
“세컨하우스는 내가 안 가져도 돼.
그걸 가진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되지.”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진심이 되어갔다.
영클럽 행님 한 분이 풍세에 통나무집을 샀고
3년 동안 틈틈이 가꾼 집이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행님은 묵묵히 마당 한편에 불을 피웠다.
한쪽에서는 양고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다른 한편에선 바비큐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 수고로움 덕분에 우린 그저 따뜻한 불빛 아래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리 내어 웃고, 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소유한 집이 아니어도,
내 손때가 묻은 공간이 아니어도
그 밤은 우리 가족에게 더없이 풍요로웠다.
살면서 참 많은 곳에서
꽤 다양한 고기를 먹어봤다.
그런데도 그날 풍세의 밤공기 속에서 먹은 고기 맛은
유독 선명하게 내 기억에 새겨져 있다.
그제야 알았다. 음식의 맛은 결코 혀끝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우리를 위해 기꺼이 불을 피우던 뒷모습,
타지 않게 정성스레 고기를 뒤집어주던 손길,
그리고 내 곁에서 함께 잔을 부딪치며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
그 모든 공기와 분위기가 버무려져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맛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날 마당을 밝히던 장작불은 오래전 재가 되어 사그라졌겠지만,
그 밤의 온도는 여전히 내 몸 어딘가에 따뜻하게 남아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나는 삶을 대하는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무엇을 가질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다,
누구 곁에 머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소유의 짐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함께라서 채워지는 사람의 온기가 고스란히 스며들고 있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그 좋은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