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4시 44분

by 캡틴판양

어쩌면, 4시 44분


언제부터였을까.

10년도 훌쩍 지난 어느 날이었다.
무심코 핸드폰 시계를 봤는데, 화면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숫자가 보였다.
4시 44분.

순간,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밀려왔다.
왜 하필 그 시간에, 그것도 아무 생각 없이 시계를 봤을까.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나는 자주 4시 44분에 시계를 보곤 했다.
어떤 날은 핸드폰이었고, 또 어떤 날은 운전 중인 차 안의 디지털시계였다.

정말 기막힌 건, 시계를 보지 않은 날에도 누군가 4시 44분에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는 것이다.
“지금 뭐 해?" 하고 톡을 보내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문장들조차 그 숫자와 겹치면 괜히 묘한 예감이 일었다.

처음엔 너무 신경이 쓰여서 핸드폰 시계를 아날로그로 바꿔본 적도 있다.
숫자를 안 보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시간이 되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이 현상을 “바더-마인호프(Baader-Meinhof) 현상”이라고 했다.
특정한 것을 한 번 의식하면, 그 이후에도 유독 자주 보이게 되는 착각 같은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정말 그뿐일 것이다.
하루에 수십 번 시계를 들여다보면, 언젠가는 44분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독 ‘4시 44분’이라는 숫자가, 다른 어떤 시간보다 뾰족하게 기억에 박히는 것뿐일 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마다 문득 마음이 잠깐 멈춘다.
마치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가만히 두드리는 것 같다.


“괜찮아, 그냥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야.”

그러나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정말 모든 게 그저 우연일 뿐일까.

언젠가 4시 44분이 아무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숫자가 되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오면, 나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때에도 나는 여전히 이 숫자에 작은 비밀이 숨어 있다고 믿고 있을까?


어쩌면 그것도 별것 아닌, 기억 속의 또 다른 패턴일 뿐일 텐데.
그저 우연으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는지—
그 사실이 생각보다 따뜻하게 느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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