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걸이만 사라진 30년전 여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에 땀이 흘러내렸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로 올라오는 열기가 다리를 감싸며 후끈하게 올라왔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릴 때마다 티셔츠 목덜미가 축축해지는 느낌이 났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한 날씨였다.
그런데 하늘은 믿기지 않을 만큼 맑았다. 한 점 구름조차 없는 파란 하늘.
이 고요함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땐 알지 못했다.
"왜 이렇게 안 오지…"
몇 분이 지났을까. 5분? 아니면 10분?
멀리서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림 끝에 반가움이 밀려왔지만, 버스는 또 정류장을 훌쩍 지나쳐 한참 앞에서 멈춰버렸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허겁지겁 버스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신발 밑창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찰싹 붙는 감촉이 발끝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버스 앞에 간신히 도착해 오르려던 그 순간이었다.
"학생, 잠깐만!"
뒤에서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학생이 방금 내 시계를 밟았어!"
순간 고개가 숙여졌다. 발밑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밟은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이미 내 발을 들더니 마치 미리 마술처럼 반짝이는 금장 시계를 집어 올렸다.
"봐, 내가 뭐랬어. 내 시계를 밟았다고 했잖아."
나는 얼떨결에 "아,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는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했지만, 가슴 한편이 묘하게 불편하고 찜찜했다.
분명 밟은 느낌도 없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혹시나 싶어 가방 속 지갑부터 확인했다. 지갑은 그대로 있었다.
‘휴, 별 이상한 아저씨를 다 보겠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무심코 내 목을 더듬는 내 손끝이 멈췄다.
금목걸이가 사라졌다.
그때 나는 유행을 따 14K와 순금 목걸이 두 개를 겹쳐 차고 다녔다.
그런데 그중 순금 목걸이 하나만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야 모든 게 또렷해졌다.
이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미리 짜인 수법이었다.
시선을 끌고 분산시키는 소매치기들의 고전적인 방식. 이른바 '굴레 따기'를 당한 것이다.
버스가 한 정거장을 지나자마자 나는 급히 내렸다.
뛰고 또 뛰어 처음 그 자리로 돌아갔지만, 그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땀이 흐르는 건지 눈물이 흐르는 건지 모를 얼굴로 그 자리에 엉엉 울고 말았다.
엄마가 사준 금목걸이였다. 그걸 잃어버렸다는 슬픔과 순식간에 당해버렸다는 억울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긴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가끔 그날을 떠올린다.
내 목걸이를 가져간 그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남의 것을 훔쳐 손에 쥔 삶 속에 과연 진짜 행복이 있었을까?
그리고 나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내가 방심해서 당한 걸까?
그들은 이미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수없이 반복된 훈련 끝에 만들어낸 익숙한 손놀림, 계산된 대사, 완벽한 타이밍.
나는 그저 그들이 기다려온 수많은 ‘다음 사람’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다르게 배웠다.
조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 앞에선 좀 더 겸허해지는 것.
그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또 하나의 증거 아닐까.
가끔 숨 막히는 여름날 더위 앞에 서면,
이미 30년도 더 지난 그날의 아스팔트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아릿한 여름향기가 코끝을 스치듯 다시 느껴진다.
그때 잃어버린 금목걸이
특히 요즘 금값을 보면, 내 마음은 지금 날씨처럼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