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은 익었지만 내 마음은 식었다.

by 캡틴판양

퇴근길, 갑작스레 핸들을 꺾어 유턴했다.
회의가 끝난 줄 알고 집으로 향하던 길,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에 우리는 얼떨떨했다.

“저녁 먹기로 했잖아요. 지금 어디죠?”

친절함이라곤 1도 없는 말투.

김대리는 우리 팀장에게 따지듯 말했다.
하지만 나도 우리 팀장도 회의 후 저녁 먹기로 한 이야기는 들은 적도 없었다.

그러나,
대답은 늘 을의 몫이다.

“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했다.
테헤란로의 퇴근길 막히는 도로를 뚫고 간다.
가뜩이나 피곤한 하루에 덧붙여진 생각지도 않은 회식.

도착했을 땐 이미 곱창이 익고 있었다.
박 과장은 우리 들으라는 듯 말했다.

“눈치라도 있어야지...”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일방적으로 정해진 약속, 자기들 입맛대로 정한 메뉴,
그리고 나. 곱창 안 먹는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잔을 들고 두세 번 건배를 했다.
더는 마시지 않았다.
술이 싫은 게 아니라, 이들과 허허실실 거리며 마시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혹여라도 실수라도 할까 봐, 그저 잔만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그때 또 들렸다.

“아~ 술도 못 마시나 봐...”

속으로만 되뇐다.
“아니거든. 나 예전 회사에선 주당클럽 회장이었거든. 그냥 지금 당신들이랑 술 마시고 싶지 않은 거라고.”


그들은 그들끼리 웃고, 그들끼리 얘기했다.
우리는 옆에 앉은 그림자일 뿐이었다.
익은 곱창을 또 한 번 뒤집었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도 뒤집혔다.

그 순간, 마음속에서 소리가 터졌다.

“알고는 있냐, 박 과장! 김대리야!!! 곱창 안 먹는 건 나라고.
메뉴 정할 때 최소한 상대방 입맛은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고.”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익은 곱창을 또 한 번 뒤집었다.
마음은 점점 식고 있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다짐했다.
누군가와 밥을 먹게 된다면,
같이 앉은 식탁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같은 음식을 놓고도,
누군가는 익은 곱창을 바라보며 마음을 데고
누군가는 그게 배려였는지, 배척이었는지 모른 채 젓가락을 놀리며 헤헤거린다.

20년이 지났어도,
그날의 냄새와 말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다.
아마 그들은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그 곱창을 마음속에서 뒤집고 있다.
말하지 못한 말들은, 아직도 타지 않게 뒤집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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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촉,최강!!! 이런 단어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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