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숨이 턱 막힌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길고, 더 뜨겁다.
고객사 시즌 행사로 6월과 7월, 격주 주말 근무를 해온 지도 벌써 4년째.
올해는 ‘거래처 미방문 매장 제로!’라는 목표를 내걸고 달려왔다.
오늘이 그 마지막 주말이다.
차로 이동하면 덜 덥겠거니 했지만, 주차 후 매장까지의 50여 미터가 문제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에 맺히는 땀방울, 내리쬐는 햇빛이 무게처럼 어깨를 짓눌렀다.
발걸음은 종종거려지고, 순간적으로 “그냥 뛰어야 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업무를 마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가게 앞에 놓인 커다란 수박 사진이 시선을 잡았다.
‘수박주스’라는 글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순간 시원한 단맛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여직원들이 간식 시간에 마시라고 미리 주문해 두고, 나와 동행한 팀장과도 한 잔씩 나눴다.
컵에 담긴 주스가 손끝을 차갑게 감싸고, 첫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더위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달콤함이 무더위에 눌렸던 마음을 잠시나마 풀어줬다.
그때 문득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도 매장에서, 햇볕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팀장들.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언제나 주말이면 “괜찮습니다, 해보겠습니다”라던 목소리,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매장을 챙기던 뒷모습,
그리고 매일같이 ‘함께 버티는 힘’을 보여주던 눈빛.
휴대폰을 꺼내, 오늘 근무하고 있는 팀장들에게 수박주스 두 잔씩 보낸다.
‘ 덥지만 파이팅입니다.’ 간단한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종종 맛있는 걸 먹고, 좋은 곳에 가면 불쑥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단순한 감정의 반응이 아니다.
관계의 깊이와, 함께했던 기억, 그리고 마음의 연결 때문이다.
좋은 걸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행복의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은 결국, 함께 나눈 순간으로 기억된다.
그 순간이 웃음이든, 위로든, 혹은 땀방울이든,
서로의 하루 속에 작은 온기를 남기는 것이 진짜 관계다.
그날의 수박주스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건, 서로를 기억하는 마음이었다.
행복한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은,
내 인생에서 나눔의 대상이자 마음의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