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보고 난 후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
사랑 앞에 주저한다는 건,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을 테니까. 사랑에 용기가 필요한 걸까? 주저 없음은 용기일까? 답을 아직 알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한 발치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3편
극 중의 캐릭터들이 갖는 각각의 사랑을 돌아보았다.
닮은 사람에게 묘하게 끌린다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던가,
나는 소경필의 모습에서 지금 이 순간의 나를 가장 닮은 것 같아 애가 쓰이기도 한다.
누군가를 여전히 그리워하지만,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그저 바라만 보는 것.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위함임에도, 사랑은 기묘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그 엇갈림을 알면 무슨 소용일까. 그래서 사랑은 장난 같기도 하다. 신의 장난.
우리가 사는 삶에 그런 사랑들이 있어왔을 테다.
아마 그것은 사랑의 단계이자, 삶의 단계일지도 모르겠다.
1. 서로의 호감이 충분함에도, 상대방이 실망할까 하여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2. 서로를 충분히 좋아함에도, 서로가 조심스러워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
3. 서로가 너무 사랑을 하지만, 오해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때
4. 아직 너무 사랑하지만, 그 사람을 보내주어야만 할 때
이런 무수히 많은 시간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쌓여가지 않을까.
결국 인생에 남겨질 사랑을 위해서는 행복이 채워져야만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채워져 함을 늦게서야 깨달을 테다. 아주 뒤늦게 말이다.
알아도 바꿀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아주 뒤늦음.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사랑을 밀어내지 못한다. 사랑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님을 이미 알고 있기에.
문득 부모님이 즐겨 듣던 7080의 가요들이 생각난다. 그 노래들의 가사는 참 묘하다.
멜로디는 너무나 슬픈데, 가사는 너무 밝고 아름다웠기에. 어른이 되면 이런 사랑도, 저런 사랑도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
웃으면서 흥얼거리시는 그 모습을 이해하기엔, 아직 내겐 시간이 더 필요한 것만 같다.
마지막화는 3년의 시간이 흐른 인물들을 그린다.
30대 정도가 되었을 때 성격은 잘 변하지 않는 건지 아니, 못 변하는 건지 인물들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상수는 여전히 상수 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이어나간다. 경필도 여전히 경필 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이어나간다.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크게 변할 일도 없는 게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겪은 사랑으로 그들은 좀 더 성숙해질 수 있었을 테다.
그게 아름답지 못했던 사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사랑은 시간이 채워줄 테다.
성숙한 사랑은 결국 시간만이 완성시켜 줄 수 있을 테니.
적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가듯이, 사랑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 아닐까.
풋사랑이 있듯, 성숙한 사랑도 있는 거 아닌지 말이다. 사랑도 철이 들 수 있을까.
철이 없는 나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랑이란 놈은 내 마음대로 되는 걸 알기에, 나는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가슴을 짓이겨 놓았던 그 감정들에 몸을 맡겨 보았기에, 나는 그렇게 사랑을 추억할 수 있는 걸 테다.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한 것은 나의 인생을, 그 사랑이란 놈이 알록달록 채운 탓일 테니.
주절주절 길어졌지만, 사랑에 정답은 없을 테다. 나의 사랑은 나를 닮았을 테니.
세상에 같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같은 사람과는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사랑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사랑은 그리움이 되는게 아닐까.
집에 TV가 없고, 챙겨본 마지막 드라마가 13년 전의 왕좌의 게임인걸 보면 내게 사랑의 이해는 참 강렬했다.
넷플릭스까지 구독을 해서 챙겨본 걸 보면 말이다.
사랑을 할 때면, 이렇듯 우리는 좀처럼 안 하던 걸 하게 될 테다. 내가 아닌 나를 또 마주할 테다. 반복일 수도 있지만, 똑같은 반복은 없을 테다. 사랑의 이해의 엔딩이 미완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사랑도 미완일 테다.
우리의 시간은 멈출 수 없을 테니.
십수 년 전의 기억을 나는 아직도 바라본다. 마치 어제일처럼.
그래서인지 다가올 나의 시간들에서 사랑이 말없이 찾아온다면 나는 또 주저할 것만 같다.
하지만, 주저하면서도 최선은 다할 것만 같다.
사랑이 우리 인생에 남길 것들을 이제는 알기에 말이다.
"설레었고, 어리석었고, 후회했던 그 모든 순간은 결국 그리움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