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으로써 채우는 여정, 해외취업 도전기 - 1편

1. 해외 진출의 계기와 그 시작에 관하여

by Paolo

특기는 아니지만 취미가 글쓰기인 탓에 저는 평소에도 이런 저런 글을 혼자서 남깁니다.

한국에서와 달리 유럽의 아주 한적한 시골에서의 저녁은 제겐 혼자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을 쓰면 이상하게도 시간이 잘갑니다. 해외취업 수기 공모전은 그런 제게 딱 이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해외취업 수기 공모전에 지원했던 글을 남겨봅니다.

해외취업이 제게 가졌던 의미, 이 글은 어떻게 보다는 무엇을 위해에 더 가깝습니다.

한번 남은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곱씹어 지는 것처럼.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분께 한 끌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이 다소 긴 탓에 4편에 걸쳐 나누어 올리는 점 짧게 참조 부탁 드리며.


1. 해외 진출의 계기와 그 시작에 관하여

인생의 향방을 바꾸는 결정이 때로는 우연에서 또는 지극한 단순함에서 나온다는 것이 내게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이런 익숙함이 오기 전까진 숱하게 많은 고민들이 내게도 있었다. 특히 취업과 커리어를 통한 나의 미래를 그릴 때가 유달리 그랬다. 취업을 하기 전에는 취업만을 걱정하지만, 취업 후에는 아직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끝없이 걱정하게 되는 것처럼. 끝나지 않을 걱정을 품은 채, 커리어를 우연처럼 시작했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한 목표를 가슴에 새겼다. “청춘은 언젠가 끝난다(물론 다행히도 나는 아직 청년으로 분류되겠지만). 그러니 돌아오지 않을 청춘에 일과 재미를 함께 채우자” 말이다. 재미있게 일하고 싶었고, 내가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에서야 고백하지만, 이는 결코 단순하지 못한 목표였다. 어쩌면 이 단순한 목표 때문에 인생의 향방이 숱하게 바뀌었겠지만 말이다.


직장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내달리기만 했다.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은 그저 직장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직장을 바꿨다. 지역을 바꾸기도 했고, 산업군을 바꾸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서도 해외 영업이라는 업 하나만큼은 나에겐 그대로였다. 세상에 관한 관심과 세상의 변화를 몸소 느끼는 것이 나에겐 큰 즐거움이었고, 그 즐거움을 일을 통해서도 느끼고 싶었기에. 그게 나에겐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목표였기에 말이다.

그렇게 20대의 나는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어있었다. 재미를 찾던 소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무 정신이 없었을 테다. 사회의 리듬에 맞춰야 했고 그렇게 해야만 미래를 덜 걱정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말이다. 목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지만, 나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포기도 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해결책을 찾지도 못한 채로 시간만 참 성실히 흘렀다. 그렇게 행복도 불행도 아닌 바쁜 일상에서 고민만 하던 찰나에, 자신의 꿈을 찾아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던지고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는 전 동료와의 만남에서 나의 케케묵은 고민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이 들었다.


“집에 가구와 물건을 가득 쌓아두고, 어떻게 집을 새롭게 바꾸길 바라는 거야?. 동료는 대뜸 이렇게 물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버려야만 채울 수 있다고. 그건 잃는 게 아니라 새로움을 채우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나의 일상은 이미 새로움을 들이기엔 너무나 비좁았다. 고민조차 위태롭게 자리했으니 말이다. 몸도 마음도 그대로면서 새롭기만을 바랐다. 좀 더 솔직 하자면, 부여잡고 있던 단 한 가지의 근로 조건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단 하나도 잃을 준비가 되지 않은 일상에, 새로운 하나를 기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안정성이 무엇보다 선호되는 시대임은 틀림없지만 나는 그걸 오히려 핑계 삼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동료는 나의 고민을 한참 듣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아니, 왜 어렵게 생각해? 해외로 지금이라도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해외를 나간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누군가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동료의 말처럼 나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누구나의 인생은 복잡하지만, 선택은 단순해야만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단순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물었다. “다른 조건들은 다 차치하고, 넌 지금 뭘 가장 하고 싶냐고, 남은 30대를 어떻게 채우고 싶냐고” 말이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채운다는 단순함에서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가장 나답게 채우고 싶다는 점에서 나는 이미 답을 내린 듯했다. 칼 포퍼가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고 말했듯이, 다음 문제가 어느새 찾아왔다. 나는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하나?.


목적지의 도착은 내게 새로운 시작이었다. 설레기도 떨리기도 그리고 걱정스럽기도 한 완전히 새로운 여정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직기) 난 내가 이상하고 별난 놈인줄 알았다-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