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음으로써 채우는 여정, 해외취업 도전기 - 2편

2. 해외 진출의 과정과 지향점(방향)에 대하여

by Paolo

해외로 떠나보겠다는 결정은 단순했지만, 그 자체로는 막연했다. 마치 새하얀 스케치북을 두고 뭘 그려야 할지 모르는 아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해외로 떠난다고 해서, 한국에서의 시간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간이 다가올 시간의 우리를 이끄는 것처럼. 나의 지난 5년의 직장생활도 그랬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단순하게도 가장 좋았던 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문제, 나는 어디로 어떻게 떠나야 하나? 의 답을 오래지 않아 찾을 수 있었다. 장소와 시간의 단절이 아닌 ‘연결’의 관점에서 말이다.


나는 수출 제조기업들에서 해외 영업을 담당하며, 멀게는 지구 반대편의 고객들과도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인지 항상 그 반대편이 궁금했었다. 통화와 메일, 그리고 짧은 출장은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을 달래기엔 여전히 아쉬웠었다.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지금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개인적 선호와 관심사는 시간에 따라 변할 수도 있을 테다. 실제로 관심사의 변화에 따라 몸담을 산업군을 바꾸기도 했었다.


자동차 산업에 종사했을 때는 나의 심신이 너무나 고됐었다. 하지만 미련과 아쉬움이 되려 가장 짙게 남은 것은 업무일지언정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연결될 때만큼은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몸이 기억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시장(산업)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히 세상에도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결국,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그리고 시장에 있었다. 나는 이 세상을 내 눈과 몸으로 직접 마주하고 싶어졌다. 또 다른 세상은 항상 내게 배움과 즐거움을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어주었기에. 행선지는 그렇게 단순하게 정해졌다. 해외 영업이란 직과 이전의 경험을 연결하면서도 청춘을 건 도전을 할 수 있는 곳. 지구 반대편의 체코는 그렇게 우연처럼 운명처럼 내게 다가와 있었다. 더욱이 꿈과 젊음을 건 도전이었기에 나는 더욱 간절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긴 호흡으로 기회를 찾고 싶었고 찾아야만 했다.


체코의 동쪽 끝의 도시 오스트라바와 인근 권역(폴란드, 슬로바키아)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현지공장 설립으로, 수많은 국내 관계사들이 동반 진출하여 거대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체코 내, 전 고객사들의 소재지(권역 등의 상세 주소)를 확인하면서 알게 된 힌트였다. 제조기업뿐만 아니라 물류 등의 유관 기업들까지, 진출 회사들을 하나하나 검색하며 왜인지 모를 섣부른 기대감에 괜히 들뜨기도 했다. 유럽연합과 체코의 경제 상황이 그리 녹록지 못함에도, 진출 기업들의 해외 영업 구인 공고가 기대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하듯이 기업과 인연도 결국 타이밍과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운명처럼 가장 중요한 ‘시점’을 빗나가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채용 정보에 관해선 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월드잡플러스를 통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국내 취업포털들이 단순 공고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급여, 휴가, 보험 그리고 퇴직금 여부 등 민감한 사항에 관해 해당 국가 기준으로 정보를 상세히 제공했기 때문이다. 해외 근로 경험이 없는 누구나가 쉽사리 놓치기 쉬운 부분들이며 면밀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국내 우수 기업들이 월드잡플러스에만 공고를 등록한 덕분에 지원자로서의 준비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스스로의 해외 구직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고,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만 지원함으로써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음에 지금도 깊이 그 감사함을 남긴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믿기에 더욱이 말이다.


나는 약 6개월의 시간을 걸친 후, 체코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는 2022년을 마지막으로 했던 나의 가장 힘들고 즐거웠던 시간과의 연결이었기에,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나의 꿈과 미래를 위한 도전이었기에. 그렇기에 너무 큰 기대도, 너무 큰 걱정도 필요없다. 단지 우리에겐 낯선 곳이라는 점에서 그래서 새롭고 불편할 지도 모른다는 점 외엔 아무 것도 다를게 없을테니까.


오스트라바.jpg

영화 국제시장에서 탄광소로 촬영이 이뤄진 곳이다. 극중 파독 간호사 역을 맡은 김윤진이 오열하며, 탄광에 갖힌 한국 광부들을 살려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직도 여러모로 좋아했던 영화이다. 그 장소를 우연히 오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런 '우연'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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