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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부지 Jul 25. 2022

어느 엄마의 평범한 하루

내 이름은 엄마가 아닌데

엄마!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자꾸 누군가 엄마를 찾는다. 내 이름은 엄마가 아닌데, 자꾸 나를 흔들며 엄마를 찾는다.


화들짝 놀라 깨어나 보니 우리 딸이다.


얼마 잔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일어나서 나를 찾는다.


남편은 언제 나갔는지 출근하고 없다. 7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따님이  이렇게 일찍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주섬주섬 정리를 하고 방에서 나와 배고프다는 아이에게 우유를 데워서 준다. 머릿속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오늘은   하나
오늘은   먹이나


다행히 오늘은 문화센터 수업이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힘이 넘치는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이것 저것 챙기느라 바쁘다. 아침밥도 먹여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고 간식도 챙겨야 한다.


아이가 미디어에 노출되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별 수 없다. 뽀통령을 틀어주고 급하게 반찬을 만든다. 저 펭귄 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간식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집을 나선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이 좋은데 아이는 그렇게 신이 나는가 보다. 뛰어다니다 넘어질까 겁이나 쫓아다니기 바쁘다.


문화 센터 수업이 끝이 났다.


이제 뭐하지


차에 앉아서 친정 엄마, 언니에게 영상 통화를 돌린다. 아이를 보여주면 혹시 놀러 오라 하지는 않을까. 다들 바쁜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우울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아이와 하루 종일 있으니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집으로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다.


집에 바로 올라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따라 놀이터로 향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노는 아이를 보니 귀엽고 이쁘긴 하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힘이 든다. 제발 집에  갔으면 좋겠다.  미끄럼틀이 뭐가 그리 재미가 있는지  번이고 스무 번이고 계속 탄다.


더 놀겠다는 아이를 달래고 달래 집으로 왔다. 씻기고 낮잠을 재운다.


아이가 잠을 자는 틈을 타 화장실도 가고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챙겨 먹기도 귀찮다. 그냥 김자반에 밥을 비벼 먹는다. 설거지를 하고 아이 옆에 잠시 누워 눈을 붙인다.


엄마!


10분밖에    같은데 벌써 일어나 아이가 나를 찾는다.    자보고 싶다. 낮잠 푹 자는 것이 소원이  줄이야.


오후는 그나마 희망이 있다. 남편이 퇴근을 할 것이니깐, 남편만을 기다린다. 빨리 집에 좀 왔으면 좋겠다. 기다리던 남편에게 연락이 온다.


오늘 회식이라 좀 늦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놈의 회사는 무슨 회식이 그리 잦은지 모르겠다.


저녁을 챙겨 먹이고 책을 읽어준다. 의 내용을 다 외울 것만 같다. 같은 장난감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서 갖고 노는 모습을 보며 리액션을 해 준다.


 자려고 버티는 아이를 겨우 재운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하고, 장난감을 치우고 자리에 눕는다. 11시인데 남편은 아직 오지 않는다.


자리에 누워 SNS를 잠시 켜 본다. 아직 미혼인 친구는 오늘도 이쁘게 차려 입고 이쁜 카페에 다녀왔다. 나는 어쩌다 이리 폭삭 늙어 버렸나. 몸매도 예전 같지 않다.


우울하다. 너무 우울하다.


옆에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이쁘다. 나의 젊음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가치가 있다. 이젠 내가 가진 가장 큰 보물이 되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너무 이쁘다. 내 젊음을 갈아 넣은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우울하지만 행복하다.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이 든다.


엄마!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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