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왜 안 찾을까
윙~ 윙~
새벽 5시 30분. 소리도 없이 진동만 울리는 알람에 잠에서 깨어난다.
아이가 깰까 봐 소리 없는 진동으로 알람을 맞춘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잘 일어나 진다.
어두운 방 안에서 감각에 의지해 이부자리를 개고 문을 열고 방문을 나선다. 문을 열자 불빛에 보이는 자고 있는 아이 모습. 한번 안아보고 싶지만 아이가 깨기라도 하면 와이프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 수 있기에 참고 문을 닫는다.
건조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정리를 하고, 새벽 배송 온 물품들을 냉장고에 넣고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집안 곳곳을 물걸레질을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6시 10분이 되면 집을 나선다.
7시부터 주어진 자유 시간 1시간을 만끽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가끔씩 와이프가 핀잔을 주곤 한다.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지도 않냐, 어떻게 연락 한번 없냐.
물론 궁금하다. 아빠도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현실은 회사에서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주 5일 이상을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업무 중에는 당연히 집에 연락을 잘하지는 못한다.
주말에 아이와 조금 친해지나 싶다가도 다시 월요일이 되면 대면 대면해진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도 아이는 아빠를 잘 찾지 않는다. 대부분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영상통화를 걸어보지만 문화센터 마치는 시간에 밥 먹고 하느라 바빠서 잘 연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업무 중 틈틈이 아이 사진이나 한 번씩 찾아보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오늘은 반드시 아이와 신나게 놀아줘야지 다짐해 본다.
그렇게 5시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있으면 어김없이 팀장에게 메신저가 온다.
오늘 마치고 한잔 콜?
인사평가 시즌이다. 주변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오늘 술자리에 참석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회식 자리가 평가의 기준은 아니겠지만, 혼자만 빠지려니 찝찝하다.
그 짧은 몇 분의 시간 동안 수십, 수 백번의 고민을 하다 와이프에게 카톡을 보낸다.
오늘 회식이라 좀 늦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놔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이럴 때는 그냥 정면 돌파가 가장 편하다.
맹자는 인간이 본디 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틀렸다.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마지못해 참석한 회식 자리가 너무 재밌다. 육아로부터 해방된 것도 한 몫하겠지만 그 핑계가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에서 더 좋다. 팀장이 만든 회식 자리. 타의에 의해 참석한 자리.
그렇게 즐겁지 않아야 마땅한 회식 자리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10가 다 되어 간다. 지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면 아이가 자기 전 잠깐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2차 가야지~!
순자가 맞았다. 인간은 본디 악하다. 2차 술자리에 따라간다.
술에 취해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집안이 어두컴컴하다. 조용히 씻고 방문을 열어본다.
아이와 엄마가 마주 보며 자고 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와이프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 코를 골며 자고 있다.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혹여나 술 냄새가 날까, 오늘은 거실에서 자기로 한다.
내일 하루는 진짜 일찍 집에 와서 아이랑 놀아줘야지 생각하며 쓰러져 잠이 든다.
윙~ 윙~
새벽 알람이 울린다. 그렇게 또다시 아빠의 하루는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