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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아부지 Sep 05. 2022

30대 생일 머 별거 없더라

30대 생일 머 별거 없더라


언젠가부터 내 생일을 기준으로 회사 동기들끼리 모여서 MT를 가게 되었다.


내 생일을 기준으로 계모임 하듯 모이게 된 것이다.


모인다고 뭐 큰 행사가 있냐면 그렇지는 않다.


플레이 스테이션을 들고 가서 추억의 위닝 일레븐 게임을 하며 술 마시고 하루 자고 온다.


그것이 언젠가부터 우리 입사 동기들의 MT가 되었으며 계모임이 되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또한 가을의 초입에 있는 내 생일이 놀러 가기 딱 적당했기 때문이다.


친구들 대부분이 유부남이 된 지금은 그러지 못하지만 이 전통은 4-5년을 이어갔다.


다녀오면 항상 사진 한 장과 짧은 한마디를 인스타에 올리곤 했었다.


아재들의 생일잔치




언젠가부터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선물을 받는 날,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 정도의 작지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매년 생일날 무슨 선물을 사달라고 하지? 를 고민했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스스로에게 무슨 선물을 할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1년을 잘 살아온 내게 주는 보상의 시간 같은 의미였다.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은 것 같다.


총각 때야 생일 아니더라도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었기에 굳이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은 것이다.


작년부터는 생일을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보내곤 한다.


함께 모여서 케이크에 불 켜놓고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는 그 순간이 그냥 행복이 아닐까.


아내는 매년 생일에 뭐 받고 싶냐고 묻지만 나의 대답은 항상 ‘자유 시간’이다.


평소 만나지 못한 친구들 잠깐 만나서 소주 한잔 하는 시간.


결혼 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지금은 시간을 억지로 내야지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올해의 생일 선물도 평일 저녁 자유시간을 받았다.


예전 같았으면 거나하게 한잔 마시고 집에 들어가서 바로 뻗었겠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적당히 취할 만큼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자고 있는 딸아이 볼에 뽀뽀를 한번 하고 잠시 등을 쓰담 쓰담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하루 같이 안 놀았다고 보고 싶네 고놈.’


짧은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노는 것 좋아하던 내가 지금은 가족을 챙겨야 하는 위치가 되었다.


내가 없는 시간 혼자서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면 이미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니 많은 것이 바뀐다.


40대가 되면 또 달라지지 않을까.


40대의 생일은 어떤 기분일까.


30대 생일은 머 별것이 없던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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