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달달한 그 맛
박 부장 오늘 소주 한잔 할까?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메시지가 한통 날아왔다.
부서장님이 찾는다.
알겠다고 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단 둘이서 밥을 먹는 자리다.
보통은 팀장들 전체를 부르는데 말이다.
아직 공식은 아니라, 박 부장만 알고 있어.
내가 상무로 진급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부서장 후임으로 박 부장을 추천했어.
들고 있던 소주잔이 미세하게 떨렸다.
설렘과 부담이 나의 양쪽 볼을 스치며 지나간다.
축하드립니다. 부,,, 아니 상무님!
상무님이 된 부서장님 대리를 불러 드리고 집으로 걸어간다.
‘내가 부서장이라니..’
꿈만 같다.
며칠 후 팀 회식을 잡았다.
여러분, 제가 부서장이 되었습니다.
팀원들에게 부서장이 된 기쁨을 알렸다.
오늘부로 내가 부서장이 되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부서장으로써의 앞으로의 포부를 팀원들에게 밝히고 팀 회식을 이어갔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의 표정이 얼떨떨하지만 사실 내 알바 아니다.
나는 이제 이 팀을 포함한 부서를 이끌어 나갈 사람이 된 것이다.
우리 팀에서 내가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이 팀을 더 잘 봐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것이 바로 ‘숙청’이다.
지난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인물들을 처단하고 나와 마음이 맞는, 나를 잘 보필할 수 있는 인물들로 물갈이하는 것이 바뀐 정권의 첫 임무와도 같다.
나보다 나이 많은 팀장들을 모두 팀장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그것이 이번에 임원이 된 전 부서장님의 첫 조언이었다.
팀장들을 모두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 갈아 치웠다.
부서장이 되고, 바뀐 팀장들과 첫 회의를 가졌다.
모두들 의욕이 넘친다.
점심 식사도 이제는 팀장들과 함께한다.
부서장들끼리 모이는 골프 모임이 있다 해서 팀장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골프 레슨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나만 뒤처졌나 생각이 들지만 따라가기로 해 본다.
팀장들이 마치고 골프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이참에 부서장들 모임에 끼기 위해 골프 레슨을 등록했다.
팀장들 좀 모이라 하세요.
막내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한동안 조용하던 사무실에 뛰는 소리가 들린다.
내 말 한마디면 팀장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늘 부서장 회의에서 엄청 깨졌다.
우리 부서의 실적이 가장 좋지 않다는 것이다.
팀장들을 불러다 한 소리 했다.
팀장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부서가 시끌벅적한 것이 이제 좀 일이 돌아가는 것 같다.
오늘도 야근이다.
저놈의 꼰대는 부서장이 되더니 더 늦게까지 남아 있는다.
야근은 젊은 사람들끼리 편한 마음으로 하는 게 좋은데, 부서장이 눈에 불을 켜고 늦게까지 남아 있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우에취~!!
김 과장님이 조금은 익살스러운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순간 조용했던 사무실에 웃음이 터졌다.
무슨 기침을 그렇게 하냐며 웃고 있는데 부서장이 우리 쪽으로 온다.
방금 누가 기침했어요?
회사가 장난이냐며 기침을 그런 식으로 하냐며 정색한다.
순간 웃음이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가는 길에 최 대리에게 너는 제발 코 좀 화장실에 가서 풀어라며 핀잔을 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셨다.
뭔데 무슨 궁예가?
젊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채팅방이 한동안 이 일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꼰대인지 궁예인지 모르겠다.
평범했던 직원이 꼰대가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권력의 맛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는가.
아직도 상명하복의 문화가 만연한 우리 회사에서는 자리가 꼰대를 만든다.
팀장이라는 이유로 부서장이라는 이유로 특히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더욱 대접해 준다.
평범하던 사람이 계속 대접을 받으면 정말로 뭔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권력의 맛이란 그런 것이다.
한번 권력의 맛을 본 자는 그 권력을 쉽사리 놓지 못한다.
그리고 그 권력을 이용하게 된다.
마치 타노스가 손가락 한번 튕기면 인구의 절반이 날아가듯.
회사에서 하나씩 위로 올라간다는 느낌이 그런 것이다.
하나씩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가며, 점점 절대 권력에 가까워지는 그런 느낌.
그것이 바로 권력의 맛이고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