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꼰대의 길

결국 돌아보니 남는 것이 없더라

by 윤아부지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나의 회사 생활.


요즘 회사 사업부의 업황이 좋지 않다.


회사에서는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며 임원을 포함하여 부서장들은 임금을 반납하라고 한다.


이러려고 내가 부서장이 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인사부의 주관으로 부서장들 이상 모여서 간담회 술자리를 가졌다.


사업부 사정이 좋지 않으니 부서를 축소해야 한다고 한다.


각 부서장들이 부서원들을 모아 설명회를 하고 다른 사업부 전출 희망자를 모으라고 한다.


우리 애들이 그런 것을 원하지는 않을 텐데.


사업부가 다시 좋아지면 원복이 됩니까?


물어봤더니 인사부장 표정이 좋지 않다.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고 하길래 몇 번 따져 물었더니 동료 부서장들이 말린다.


우리 애들 자리는 지켜 주고 싶었다.




박 부장, 오늘 소주 한잔 할까?


상무님과 단 둘이 만나는 자리는 너무 오랜만이다.


소주를 한잔 권하며 말씀하신다.


지난번 인사 설명회 때 시끄러웠다며? 뭐 꼭 그런 거 때문은 아니지만, 박 부장이 맡던 부서가 통폐합되기로 결정됐어.


어려운 부탁인 줄 알지만, 부서가 팀 단위로 줄어들게 되었는데 팀장을 좀 맡아 달라고 하신다.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음에도 몸과 입은 벌써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해 버렸다.


사실 쪽팔린다.


부서장이라 거들먹거리고 다니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자 이제는 팀도 축소되어 갈 곳이 없어졌다.


나는 특별히 챙겨주는 것이라며 다른 사업부의 조용한 팀으로 배치를 받았다.


다행히 희망퇴직이나 권고퇴직은 아니라 자리는 지킬 수 있었다.




자리를 옮겨오니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팀장들이 쫓아다니며 술도 따러 주고 골프도 가르쳐 주고 했었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다.


결국 이런 것인가.


주변에 남는 사람은 없고, 꼰대라는 이름만이 남았다.


꼰대


나 또한 꼰대가 되고 싶어 꼰대가 된 것은 아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이 그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한 것인데, 그것이 나의 마지막 남은 타이틀이 되어 버렸다.


오늘도 회사 구석의 자리에서 크게 주어진 업무 없이 책도 읽고 공부도 하다가 퇴근을 한다.


그동안 집에도 너무 소홀했나 보다.


그나마 와이프가 저녁밥이라도 차려주는 것을 고맙다고 해야 할까.


자식들은 아버지를 돈 벌어오는 기계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렇게 행동을 하지 않았던가?


내가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며 몰두하는 동안 가족들은 내 곁을 떠나갔다.


그렇다고 회사에 동료들이 남아 있냐면 그것 또한 아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3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하며 남는 것이 없다니.


너무나 슬픈 현실이 아닐까.


와이프가 웬일로 소주 한잔하자 해서 일찍 퇴근을 했다.


그동안 회사 생활 고생했다며 이제 때려치우고 나와서 자신이랑 귀농이나 하자 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주잔을 소주가 아닌 눈물로 적시며 한참을 울었다.


이게 정말 30년 넘는 회사 생활의 끝이란 말인가.


그곳에 환희는 없었다.


쓸쓸함과 적막함만이 남아있을 뿐.





그동안 꼰대 이야기, ‘어쩌다 꼰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에필로그와 함께 정리하고 브런치 북으로 발간하고자 합니다.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아있지만 우선은 브런치 북 출간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합니다.


많이 부족한 것 압니다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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