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마사지사로 살아가기
호주는.
살기에도 나쁘지 않은 곳이지만 마사지를 공부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들은 마사지가 학문의 한 분야로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한국에서 일을 시작할 2011년에만 해도 정말 남자가 마사지일을 하려고 하냐. 가정을 꾸리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 바로 늘 대화하던 저희 어머니부터가 말씀하신 이야기예요. 사회적인 시선.. 그리고 재정적 독립이 가능한 직업인지.. 물음표가 많은 직업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2015년 호주 와서 치료 마사지를 공부했어요. 호주 정규 직업학교(TAFE)에서 2년 정도 공부하면 REMEDIAL MASSAGE 학위가 나옵니다. 헬스케어 직업 중의 어엿한 한 부분이고요. 젊으신 분들이나 혹은 결혼 후 아이를 좀 키우던 엄마 아빠들도 도전하는 직업입니다. 공부할 때도 재밌게 했었어요. 어두운 지하방에서 야매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허브테라피, 상담, 뷰티테라피등과 함께 대체의학의 한 부분으로서 호주인들과 같이 배웠죠.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당시에 중소기업을 다니던 저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페이도 괜찮기는 했지만 늘 떨치기 어려웠던 생각은, 결혼 후에도 매일 이 일을 하면서 가정을 잘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스트레스와 야근이 갈등의 이유였죠.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할 자신은 점점 없어지는데 결혼하고싶은 사람이 생기고 아이도 생기면.. 그런 상황에서 내가 못 버티겠다고 직업을 바꾸고 싶다면, 어떨까...
계속된 고민을 하다가 하루라도 빨리 내가 하고 싶은걸 시작해서 나를 발전시키자는 결정을 했고 제가 평소 선망해오던 청담동의 마사지 샾에 들어가요. 들어가기까지 많은 사연도 있었지만 결국 좋은 선생님과 선배들을 만났고, 까다로운 고객들 몸 관리를 해드리면서 실력을 쌓게 되었어요.
작년 2021년이 마사지를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어요. 10년간 한국과 호주 마사지 샾에서 일했었고, 때론 마사지 베드를 가지고 고객님 집을 다녀보기도 하고 제 집의 방하나를 꾸며서 마사지 고객들이 오셔서 마사지 받고 가시기도 하고, 그렇게 마사지하면서 지냈어요. 마사지 클리닉을 열어서 2년 정도 해봤는데 이것 역시 좋은 경험이었어요. 걸어가다가 그냥 간판 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아파서 고생하시다 오시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마사지를 해드릴지.. 다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현재도 호주 리메디얼 마사지(치료 마사지) 테라피스트 자격으로, 개인사업자로 일합니다. 한국식 치료 마사지를 해드리고 있는데 모든 고객님들은 예약된 시간에 만나는 분들이에요. 예약된 시간 위주로 서비스를 준비하면 되니 그러지 않는 시간에는 제가 사용하기 나름입니다.
마사지 서비스는 1:1 예약제로 이루어집니다. 마사지사 입장에서요. 사실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 마감하는 시간.. 이런 게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거든요. 클리닉을 해도 렌트비 직원 관리 이런 것도 힘들겠지만, 이런 중간의 시간들, 기다리는 짜잘한 일들이 아빠로서의 소중한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비즈니스(건물 유지와 직원 관리)를 하시는 분들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위의 일들은 꼭 필요한 일이죠. 다만 개인사업자 마사지사로 가기로 결정을 했고 그래서 꾸준히 받으시는 분들로 하루에 3분에서 5분 정도의 고객을 채웁니다.(쉬운 이야기는 아니죠.) 이렇게 예약을 채우고 한주를 시작하냐 아니냐.. 이게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자기 계발로 시간을 사용할 건지(마사지사로 배워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죠.) 아니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쓸 건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저로선 마사지를 하면서 가장 만족하는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개인의 집 방하나를 더 마련해서 조용히 차려서 하시는 분이나 출장마사지를 하시게 되면 특별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마사지 베드와 오일 타울 등만 있으면 되고 마사지건(Massage Therapy Gun)이나 기구 등으로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자는게 노하우 입니다. 나이스한 서비스 정신과 마사지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런 특징은 마사지 직업만의 특징이 아니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계신 개인사업자의 삶이에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만들면 시간을 융통성 있게 쓸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고정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제 그 궤도를 잡으시게 되죠. 한두 분의 고객이라도 중요한 과정입니다. 마사지를 찾으시는분들 보면 응급조치로 마사지를 받으시는 분도 있고 안 아프려고 예방차원에서도 마사지를 받으시는 분도 있어요.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마사지가 사용될 날이 올 거 같아요.
아빠로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체력과 시간이 비축을 할수 있다면 아이들을 만날 때 좀 프레쉬하게 반응을 할 수 있어요. 손님과 약속되지 않은 시간은 공부를 한다든지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쓰게 됩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의 아빠가 되실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아이들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서 마사지사는 한번 생각해볼 만한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