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가격'
저는 뜨개질을 좋아합니다.
제가 손을 움직이면 정직하게 편물이 늘어나고 원하는 방향대로 완성품이 드러나는 모습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다가옵니다.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를 보여야만 하는 것들이 꽤 많은데, 그에 비하면 뜨개질은 실시간으로 성과가 보이니 매우 즐겁습니다. 게다가 손에 잡히는 실도 포근하고 색깔도 예쁘장해서 더욱 마음에 드는 취미입니다.
간혹 완성한 작품을 보면 지인들이 말합니다.
"정말 예쁘다. 갖다 팔아!"
햄스터 인형을 보이며 이걸 얼마에 사겠느냐고 묻습니다. 고민해 나온 가격들은 아무래도 저의 지인이다 보니 자신의 생각보다 후한 가격을 이야기합니다.
"음, 한 삼만 원 어때? 그 정도면 사람들이 살 것 같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삼만 원에 당근마켓이나 개인 마켓에 이 물품들을 올려도 사람들은 사가지 않을 거라는 걸요. 한때 순진하게 지인들의 말을 믿고 저의 노동력을 최저시급으로 계산하여 '최저시급 + 실값'으로 올렸던 물품은 한 달 넘게 먼지만 쌓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그 '삼만 원'이라는 가격마저 저의 최저시급에 다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햄스터 인형 하나를 짜는 데에 10시간이 들어갔으니까요.
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제품들은 제값을 주고 팔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공급자가 들인 시간보다 싼값에 팔리기 마련이지만 소비자는 그것을 비싸다고 표현합니다. 저도 폴리마켓 등에 가 소비자의 입장에 서면 그것이 비싸다고 느껴질 때가 더러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수제품들은 공급자의 인건비를 제외하거나 후려친 제품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공급과 수요가 맞는, 시장에서 원하는 가격대로 가게 된다면 그것은 옳은 일일까요?
'적정가격'이니까?
적정가격이란 무엇일까요?
적정가격은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질 때, 합리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가격으로 지역공동체가 인정할 수 있는 가격
을 말합니다.
당근에서 초상화를 오천 원에 팔고 있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지난주에는 만원이었는데 이번주에는 오천 원이 되었고 사람들이 그제야 신청을 넣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문화와 예술분야는 아직 돈을 쓰기 아까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떡볶이 하나를 사 먹는 데에 16,000원을 쓰고 밖에서 한 번 나가 놀 때 50,000원, 100,000원을 우습게 쓰고는 합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건 아깝지 않은데 이상하게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은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에이, 나 하나쯤이야.'
심지어는 100원, 200원이 아까워 불법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고 불법 소설 사이트를 누릅니다. 영화를 P2P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습니다. 공급자가 열심히 고심한 캐릭터 물품이 공식샵에서는 비싸니 길거리 매대에서 파는 중국에서 들여온 싸구려 가짜 상품을 삽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변명해 봅니다.
'에이, 이렇게 유명해지면 결국에는 그 사람들도 좋겠지.'
정말로 좋을까요?
저는 다행히 뜨개질을 취미로 합니다. 하지만 제 작품을 판다고 할 때 제 값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창작물이, 자신의 수제품이 제 값을 받지 못했을 때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보면 참 슬프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고는 합니다.
직장에서 최저시급도 안 주고 일을 시킨다고 하면 당장에 화가 나지 않겠어요?
새해에는 사람의 노동력이 인정받고, 그만큼의 가치를 알아봐 주었면 좋겠습니다. 파는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에 뿌듯함을 느끼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안목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