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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즈플 Jan 05. 2024

새해 목표는 정하셨나요?

나의 '불렛저널' 작성법



새해 목표는 정하셨나요?


저는 매년 연초마다 새해 목표를 정하는 편입니다.

목표를 정하고 나면, 가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마다 다이어리 앞장을 뒤적이며 이정표를 찾고는 합니다.

저의 올해 목표는 이렇게 정했습니다.



저는 타인의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휘둘리는 편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돌에 혼자 크게 의미 부여하고 몇 날 며칠을 끙끙 앓고는 합니다.

그래서 올해 제 목표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해에는 작년부터 유행한 만다라트도 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기를 핵심토픽으로 잡은 후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한 주요 토픽 8가지를 설정하고, 하위에 구체적인 방법들을 적습니다.

누가 보면 허황되다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만다라트는 항해를 떠나는 뱃사공들이 길을 잃지 않게끔 해주는 별 같은 것이니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적어놓는다고 뭐가 달라져?라고 말할 수 도 있겠으나, 생각보다 효과가 좋답니다. 목표를 소리 내어 눈에 보이게 적어두는 것과 아닌 것은 분명하게 다른 결과를 나타내거든요.



저는 4년째 같은 다이어리를 쓰고 있습니다.

목재 다이어리 커버에 제가 태어난 월의 별자리를 그려주고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는 제품을 샀었는데, 이것보다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발견하지 못해서 속지만 바꿔가며 계속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다이어리 표지는 손때가 타 모서리가 부스러지고 큐빅이 떨어져 나갔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의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구는 '나는 내게 일어난 사건의 총합이 아니라 내가 내린 결정의 총합이다.'입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 말을 '모든 것을 운에만 맡기고 앉아있기보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작은 것 하나라도 찾아가자. 그러다보면 시간이 지나 뒤돌아 봤을 때 생각보다 많은 거리를 걸어왔다는 걸 알게 될 거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환자들과도 많이 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이 많이 되는 문구이기도 하답니다.






여러분은 불렛저널을 아시나요?


불렛저널

라이더캐롤이라는 디자이너가 창시한 다이어리의 한 종류로 기존의 스케줄러, 플래너, 다이어리, 일기장의 개념을 하나로 합쳐 한 권의 빈 노트 안에 자신의 규칙대로 설정하여 꾸려나가는 노트입니다.

오래전부터 다이어리를 써오던 저는 유튜브에서 불렛저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형식에 맞춰 꾸며진 다이어리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나가는 다이어리.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당시 굉장히 매료되었습니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하는 것과 빈 공간에 아무런 틀이 없이 다이어리를 꾸며 나가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시작하고 두 달 안에 관둔다고들 하지요. 불렛저널이라고 다를까요. 비록 관두지는 않았지만 기록이라기에는 초라한, 기록은 없고 꾸미기만 가득한 노트를 만들곤 했습니다. 제가 어떤 실패를 겪어왔는지 지난 기록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저는 2018년도부터 불렛저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마스킹 테이프와 떡 메모지를 이용해 화려하게 꾸미는 데에 온갖 집중을 했어요.

하루 일기를 쓰는데 꾸미는 것에만 1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네요.

한 장 한 장 채우는 것이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하루가 바빠지면서 일기를 쓰지 못하고, 밀리게 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22년도에는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더 이상 스티커와 마테를 사지 말자고요.

가지고 있던 마카와 펜만 이용해서 일정한 규칙의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맨 앞장만 각 월에 맞게 테마 컬러를 정해  꾸미기로하고, 뒷면부터는 일기장을 기억나는 날에만 가볍게 삼색볼펜으로 썼습니다. 가끔 티켓등 보관하고픈것을붙일때는 갖고있는 문구용품을 사용했으나 새로 사지는 않았습니다.

하루에 한 줄씩 한 줄 일기를 작성하고, 매일 스케줄러를 함께 작성했습니다.



예전보다 규칙이 생기고 펜으로만 작성하다 보니 '노동'을 한다는 느낌이 줄었습니다. 불렛저널에 할애하는 시간이 주니 부담도 자연스럽게 덜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스케줄러와 불렛저널을 분리해 사용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편리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한 줄 일기 칸이 미묘하게 좁았습니다. 따로 한 바닥을 사용해 일기를 작성하기에는 그만한 일이 없는데, 두세 줄 정도는 필요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꾸미지는 않더라도 나름의 예쁜 느낌은 갖고 싶더라고요. 욕심쟁이죠? 귀찮은데 예쁜 건 좋다니. 하지만 사람이 원래 그럽니다. 귀찮은 건 귀찮은 거고, 예쁜 건 예쁜 거고요.


그래서 2022년 10월쯤부터는 위클리 부분에 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는 형광펜을 이용했을 뿐인데도 나름 마음에 들어 올해에는 남는 스티커도 살포시 붙여보았습니다.



불렛저널을 가이드해 주는 책이 있습니다. 불렛저널을 처음 창시한 라이더 캐롤이 작성한 책이지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760956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유튜브나 핀터레스트에서 다른 사람이 꾸민 모양들을 보면서 항상 "왜 나는 저렇게 꾸미지 못할까."하고 속상해하고는 했답니다.


그러나 책에서는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꾸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요.

효율적인 걸 추구하고자 불렛저널을 만들었는데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불렛저널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로감을 유발하는 매개체가 되고는 하죠.


라이더 캐롤은 꾸미기는 불렛저널에 애착을 가질 정도로만 하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 점검하고,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는 도구로 불렛저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루를 돌아보고, 한 달을 돌아보고, 분기를 돌아보고, 상반기를 돌아보고, 일 년을 돌아봅니다.

돌아볼 때 나의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다음에는 더 효율적으로 불렛저널을 내게 맞춤화하여 바꾸어나갑니다.


그래서 불렛저널을 쓰면 쓸수록 내게 익숙해지는 도구로 자리매김한다고 하는 것일는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유튜브나 핀터레스트에 가면 정말 멋지게 불렛저널을 꾸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라이더 캐롤은 애초에 아무 노트, 검은 펜 단 두 가지만 가지고 다이어리를 시작해 보라고 권합니다.

이제 막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주말이 시작됩니다. 주말 동안 책을 읽으셔도 좋고, 유튜브로 불렛저널 영상을 보셔도 좋습니다.


엉망진창이어도 좋으니, 우리 함께 불렛저널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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