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요리 자신감, 아기의 "퉤" 앞에서 무너지다

한 입만 먹고 뱉어주면 안 되겠니

by 훈남아빠

아빠의 육아휴직으로 10개월 아기와 아빠, 둘의 다사다난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자잘한 사건 사고들은 상당히 많았지만 아기와 아빠의 생활은 그런대로 순항 중이었다. 그 와중에 아기의 유아식을 매일 세끼씩 만들어대다 보니, 내 요리 실력은 빠르게 향상되었다. 여기서 빠르게 향상되었다는 것은 워낙 미천한 실력에서는 실력이 느는 것이 빠르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어쨌든 아주 초보에서 아마추어로 나아갈 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나 또한 어림없는 실력으로 서서히 요리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내 요리를 먹고 있는 아기에게 항상 "아빠 요리 엄청 맛있지?" 하고 으쓱하곤 했다.



그런데 가끔 간이 좀 짜게 되거나 뭔가 나사가 빠진 거 같은 음식을 내어주어도 "여보 내 인생 요리야, 우리 남편 최고다"라고 말해주는 와이프와 아기는 많이 달랐다.(와이프는 말은 저렇게 하면서 배가 아프다는 둥 하며 음식을 남기고, 뒤돌아 한숨을 쉬는 것이 발각되는 둥 이상한 행동들을 했다.) 아무튼 아기는 일류 맛감정사처럼 자신의 취향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했다.



그녀는 어차피 내가 요리를 하는 동안 주방 옆에서 계속 진을 치고 있었다.

슬슬 "에..! 에...!!!!" 하면서 짜증을 끌어올리는 아기를 보면 요리하는 내 마음이 너무 초조해졌다.

잠시라도 시간을 끌고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요리를 "호호" 불어서 입에 넣어주면 이미 많은 것이 판가름이 되었다. 맛있으면 한 손에 이불, 한 손에 토끼 인형을 쥐고 질질 끌며 더 가까이 다가와서 그 조그만 입을 쩍 벌렸다. 이럴 때는 요리하는 맛이 났다. 어쩔 때는 요리가 다 되기도 전에 아기가 한 입씩 계속 더 달라고 보채서 제대로 차려지기도 전에 요리가 동날 때도 있었다.



문제는 아기 입맛에 맞지 않을 때였다. 일단 아기는 요리 재료에 굉장히 까다로웠다. 아기는 다른 아기들처럼 대부분의 야채를 좋아하지 않았고, 나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것은 계란을 먹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계란이 빠지면 할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매일 세끼를 만들어야 하는 요리의 난이도는 급등했다. 그때였다. 예전에 무슨 드라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냥 쓱 지나가던 장면에서 어떤 남자가 야채를 잘게 썰어 맛있게 요리를 해주니, 그 요리를 대접받은 여자가 "원래 이 재료들을 먹지 않는데 이렇게 해주니까 먹게 되네요!? 호호호호" (대사가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맛있게 요리해 주면 아기도 먹게 될 거야.' 부쩍 올라있던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평범한 계란찜을 처음 내밀었을 때 아기의 거절은 굉장히 단호했다. 고개를 "훽!" 옆으로 돌리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거절의 의사를 확실히 했다. 나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숟가락에 계란찜을 올리고 "비행기 간다~~ 슈우우우웅~~" 을 해봤는데 아기는 흥미롭다는 듯이 잠시 쳐다보다가 입 근처로 계란찜이 오자 다시 고개를 "훽" 돌려버렸다. 아기의 식욕과 경쟁심을 돋우기 위해 아기 앞에서 '음~ 맛있다~' 하며 계란찜을 와구와구 먹으며 아기의 눈치를 봤으나 아기는 '응 아빠 맛있으면 실컷 다 드셔요'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계란 먹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계란찜푸딩'을 만들기로 했다. 일반적인 계란찜과 다르게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아기가 잠시 자는 동안 계란을 풀고 계란을 채에 걸러내고 우유와 함께 약불에 보글보글 끓이며 아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에게 계란찜푸딩을 대접했다. 아기는 인상을 팍팍 쓰다가 가까스로 한 입을 텁 물더니, 바로 입을 쩍 벌리고 침과 함께 우루루루루 계란찜푸딩을 쏟아냈다.

"아냐 공주야 씹지 않아 봐서 그래 이거 입에서 거의 녹는다니까? 제발 한 입만 오물오물해보자" 하며 우여곡절 끝에 한 입을 더 먹였는데 이번에는 "퉤!" 하며 계란찜푸딩을 뱉어버렸다. 그리고는 사납게 계란찜푸딩이 담긴 그릇을 팔로 쳐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계란찜푸딩처럼 아빠의 요리부심도 무너져 내렸다.



그 이후로도 여러 공들인 음식들이 아기에게 거절당했다. 오징어와 야채를 갈아서 만든 오징어동그랑땡이나 토마토를 직접 갈아 만든 토마토스파게티, 시금치 리조또 등등이다. 나는 아기의 완강한 거절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그럼에도 갈수록 거절에 익숙해지겠지 싶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홍게살 볶음밥을 한 입만 먹고 "퉤"를 하는 아기를 보며 또다시 아빠의 요리부심은 무너졌다.



뱉어도 좋으니까 제발 먹어보기라도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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