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에 작은 평수 아파트,아기 놀이공간 확보 프로젝트1

by 훈남아빠

아기가 생기기 전에 나는 집의 상태 대해 나는 ‘무조건 중간만 가자’고 생각했다. 집 상태가 너무 반짝 반짝 깔끔한 것도 싫고, 그렇다고 너저분한 느낌도 아닌 딱 그냥 편안한 그 중간 정도를 추구했다. 다행히 아내와도 그 깔끔함의 정도가 아주 잘 맞아서 거기서 둘 간에 어떤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기를 맞이했다.



그런데 아내가 출근하고, 나 홀로 10개월 아기를 돌보는 육아휴직을 시작하니 집 안에 많은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처음 집에 들어올 때는 비싼 물건들을 꼭 들이진 않아도 나름대로 인테리어와 쓸모를 생각하며 물건을 들여왔다.



하지만 아기가 생길 때 집 구조를 한 번 싹 바꾸지 않고 아기의 물건들을 마구 들이다보니 집은 너무나 어수선해졌다. 이건 청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청소를 해도 집은 깔끔하게 보이질 않았다. 아기가 생기기 전에 몇 년을 이 집에 살면서도 이 집 구조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질 않았다. 하지만 하루종일 집 안에 있다 보니, 작은 것부터 큰 것 까지 온갖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집은 지어진지만 몇 십 년이 된 집이고, 평수로는 22평이긴 하지만 아주 구축이어서 베란다가 차지 하는 공간이 엄청났다. 베란다를 빼고나면 마치 원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거기에 우리집도 아닌 세들어 사는 입장이라, 큰 돈을 들여서 집을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비싼 가구를 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한 편으로는 아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 집을 어떻게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깔끔하고 예쁘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집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내는 먹는 곳에 돈 쓰는 것을 빼면 굉장히 검소한 사람이다. 나는 결혼 전에 프로지출러였는데 결혼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내 용돈 생활도 시작됐다. 그동안 아내 덕분에 조금씩 돈이 저축되는 것을 보고 감사하며 모든 소비 본능을 억누르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족의 더 쾌적한 삶을 위한 지출' 이라는 엄청난 명분이 생기면서 나의 소비 본능이 폭발했다. 혹시나 싶어 기분이 좋아보이는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 우리 집이 예뻐지면 우리가 되게 행복해지겠죠?"


"그야 뭐 그렇겠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되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게 돈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내 말을 잘랐다.

"안돼"


"아 그렇구나.."


내 적은 용돈의 한도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야했다.



일단은 집의 공간이 넓지 않기 때문에 쓸 데 없는 것들은 다 갖다 버리기로 했다. 쓸 데는 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나 집 구조에 맞지 않는 물건들도 필요 없는 물품으로 생각했다. 팔릴만한 물건들은 당근마켓에 올렸다. 성격 상 당근마켓에 계속 들락날락 거리면서, 연락이 왔나 확인하는 것을 귀찮아해서 그냥 저렴한 가격에 빨리 빨리 다 팔아버렸다. 그러고도 팔리지 않은, 폐기물 봉지가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물건을 들일 차례였는데, 전과 다르게 물건을 들일 때는 더욱 더 신중하게 몇 가지의 물건만을 들이기로 했다. 한 번 실컷 당근마켓에 팔고, 봉지 봉지 버리고 나는 과정을 겪고 나니 살 때는 쉬워도 버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크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자를 들고 직접 길이를 재어 보기도 하고, 물건의 색상도 기존에 있던 물건들과 어울릴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깔끔하게 물건들을 정리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포함되어 있거나 물건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구입했다. 집이 작다고 생각해서 공간 차지가 클 거 같은 아기용 책장이나 아기용 옷장 등은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사이즈 맞게 들여놓으니 주변이 어수선 하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우리 부부는 항상 이 집이 너무 좁다며, 얼른 이사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특히나 식탁을 놓을 자리도 없어서 맨날 접었다 폈다 하는 좌식 식탁 하나를 가져다 놓고 쓰고 있었다. 이 좌식 식탁을 밥을 먹을 때마다 접었다 펴기도 귀찮아서 그냥 넓직하게 항상 펼쳐진 상태로 공간을 차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좌식 식탁을 포함해서 공간에 최적화 되지 않은 모든 것들을 다 팔아버리거나 정리하고 나니,

생각보다 반타원형의 식탁이 집 공간 안에 어색하지 않게 쏙 들어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식탁을 놓고 나니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기에게도 높이 조절이 가능한 아기 의자를 사줘서, 우리 가족 모두가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맨날 우리는 화장실 앞에 위치한 좌식 식탁에서 쭈구려 앉아서 밥을 먹고 아기는 좌식 의자 가져다 놓고 셋이서 후다다닥 밥을 먹곤 했었다. 그땐 그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처음 제대로 된 식탁을 갖추고 아이도 우리 식탁 높이에 맞춘 의자에 앉아 함께 식사를 하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식탁을 닦고 주변을 정리하느라 거한 상을 차리진 않았지만 의자에 앉아 행복하게 웃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울컥하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생각보다 우리 집은 좁지 않으며,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집은 몇 달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계속 해왔고(주로 당장 급하지 않은 것들은 다 가져다 버리거나 파는 형태였다.), 이제는 나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간추릴 수도, 더 이상 발전 시킬 수도 없는 최고로 간결하면서도 만족스러운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내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공간에 놀라며 그간의 나의 노고를 인정해주었다.



물론 아이가 있는 좁은 평수의 집에서 그런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거의 내 남은 체력과 집의 깔끔함을 맞바꾸는 느낌이었다. 아기 밥과 아내의 밥을 위해 잔뜩 꺼내진 식기들은 설거지 후 건조가 되자 마자 모두 눈에 띄지 않게 수납함에 들어가야 했으며, 그외에 조명이나 소품 등 의도적으로 노출되기를 원하는 일부 물건들 외에는 모두 어딘가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많은 아기들이 그러하듯, 아기의 취미는 하필이면 정리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는 일이었다. 꺼내고 난 다음에는 그 물건에 별로 관심이 없고 하나씩 꺼내는 과정에서 굉장한 희열을 느끼는 듯 했다. 물건을 꺼내는 속도는 아기가 성장하면서 점차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물건을 분수처럼 흩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라면 응당 그러하듯 우유나 물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는 것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항상 아기를 졸졸졸졸 따라다니며 닦고 줍고 다시 어딘가에 집어 넣는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햇살 좋은 어느날, 나는 소파에 앉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울려퍼지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창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물론 바로 앞에서 아기는 서랍을 열어 물건을 흩뿌리고 있었지만..)

‘이정도면 정말 이 집에서 큰 투자 없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해 낸 것이다. 아기가 막 뛰어다니며 돌아다닐만한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좋다..'

그런데 그 순간 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베란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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