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해보니 육아의 진짜 힘든 점은

제발 육아의 가치를 알아줘, 아 일단 나부터..

by 훈남아빠

육아를 해보니 육아가 힘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매일 큰 긴장감 없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는 것, 내 얘기를 들어줄 성인이 거의 없다는 것, 아기는 가끔 웃고 대체로 짜증을 낸다는 것, 아기와 놀아주는 일은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는 것 등등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 눈에 드러나지 않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 육아가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말은 '육아 힘들지..'라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육아를 판단하곤 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하는 생산적이지 못한 활동으로 여기는 것이다. 거기에 육아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직장 생활이 얼마나 힘든데 직장 생활을 제대로 안 해봐서 그렇지 그까짓 거 애만 가만히 보면 되는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보니 엄마 아빠 자기 스스로도 육아를 생산성 없는, 크게 가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자신들의 자존감까지 계속해서 낮아지게 된다.


내가 출근을 할 때를 떠올려봐도, 직장에 나가는 것은 굉장히 역동적이며 결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내가 계획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지, 보완할 점들이 잔뜩인 실패한 프로젝트인지 당장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열심히 해온 일들, 남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내가 한 것들에 대해(완전히 비례하진 않지만) 성과급이나 기타 보상으로 눈에 띄게 보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육아는 그렇지가 않다.


좀 더 잔인하게 말하면, 육아의 대부분은 실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한 나의 행동에 아기는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고, 열심히 놀아주고자 했을 뿐인데 아기는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박고 이마에 혹이 나기도 한다.

육아를 하면서 ‘와 이건 정말 성공적인 교육이었어!’ 할 수 있을만한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러다 보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육아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멋진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직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추가로 받은 성과급으로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역시 육아보다는 사회생활이 중요한 것이겠지..?'


이것에 대한 해답을 우연히 읽었던 <하버드 인생 특강>에서 얻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최우선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육아’라는 활동은 다른 활동들에 비해 보답이 굉장히 늦게 돌아오는 편이라고 말한다. 보통은 아이를 ‘잘’ 키웠는지 확인하려면 몇십 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신들이 들인 노력들이 빛바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사회생활은 즉각적인 보답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작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정에는 점점 노력하는 비율을 줄이고, 사회생활에 더욱 집중하는 경향이 커진 다는 내용이었다.


‘그래 지금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주와 함께 한 시간들이 당장에 내가 벌었을 몇백만 원 보다 훨씬 더 큰 가치로 미래에 돌아올 거야. 이건 미래를 위한 가장 완벽한 투자이고 나는 우리 가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책에 밑줄을 죽죽 그으면서 읽었다.


하지만 성과급을 타와서 오늘 저녁은 그냥 맛있는 것을 시켜 먹자고,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와이프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괜스레 무심한 척 핸드폰을 꺼내어 배달 어플을 켜며

“얼마까지 시켜도 되는데..?”

“술 사러 마트 가기 너무 귀찮은데 소주도 한 병 시킬게요..?"

하고 물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할 뿐이었다. 당장 눈앞에 빛나는 전리품들을 들고 오는 배우자 앞에서, 오늘 하루도 엄마 또는 아빠와 열심히 놀아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짓고 만세 자세로 깊은 잠에 든 아이의 하루는 잘 보이지 않을 따름이었다.


뭐 어쨌든...

마눌.. 소고기 먹게 돈 많이 벌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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