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카되기, 20kg 감량에 성공하다

이 운동을 했더니!?

by 훈남아빠

재수를 끝내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나의 몸은 경도비만에서 고도비만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단기간에 찐 살이 아니라 앞서 말한 옆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우유의 영향이었다. 나는 키가 더 이상 클 수 없다는 충격의 ‘성장판 종결 선언’을 듣고도 관성 탓인지 우유를 계속 마시고 농구를 해서 여전히 건강한 뚱뚱이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대학 가기 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복싱이나 수영이 살 빼는 데에 좋다고 했다. 그런데 둘 중에 내가 더 거부감이 많이 드는 운동은 복싱이었다. 상상해 봤을 때, 내가 누군가를 때린다는 건 정말 못할 일인 거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 나는 꿈이 무려 ‘킹카’였기 때문에, 거부감이 더 많이 드는 그 취미가 나를 더 성장시켜줄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복싱을 등록했다.


복싱은 다이어트에 탁월했다. 복싱을 하면서 엄청나게 칼로리를 소모해서 다이어트가 성공했다기보다는 뚱뚱한 몸으로 복싱 클래스를 두 개 연속으로 하고 나면, 심각하게 체력이 고갈되었고 그 결과로 식욕이 없어졌다. 복싱 클래스를 두 개 듣고 나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에 기듯이 돌아와서 잠들었다. 뭘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을 계속 하자 살이 20kg 정도 빠졌다.


대학을 가기 직전, 옷 가게에 들렀을 때는 굉장한 쾌감이 들었다. 그동안은 키는 작아도 허리둘레는 34에서 변동이 없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점원 분에게 “34 사이즈 청바지 보러 왔어요” 했더니 점원 분이 의아해하며 “본인 입으시는 거죠? 34는 너무 크지 않으세요?” 하시기에 추천해 주신 대로 30을 입었는데, 30도 조금 여유 있게 맞았다.


하지만 한 번 내 몸에 자리를 잡았던 지방 녀석들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 몸 구석구석에서 잔뜩 움츠려 호시탐탐 때를 기다리다가 내가 대학 생활을 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다시 활개 치기 시작했다. 대학을 지방으로 가서 자취를 했는데 덕분에 맘껏 술을 마시고 야식을 먹어댔다. 살이 찌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살이 점점 늘어가자, 나는 다시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복싱을 또 등록하려 했는데, 체육관이 근처에 없었다. 그때 우연히 지나는 길에 킥복싱 체육관이 보였다. “다이어트”를 강조해서 유리창에 크게 써놓은 게 보였다. 킥복싱은 당시에 나에게 굉장히 이미지가 안 좋았다. 복싱을 몇 달 했던 나이지만, mma 격투기 경기를 얼핏 보고 항상 콜로세움의 검투사들 경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하필 우연히 본 경기 장면이 한 선수의 플라잉니킥이 상대방 얼굴에 정면으로 꽂혀서 피가 철철 흐르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경기장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했고, 피로 물든 그 원형 철장 경기장은 나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체육관을 보니, 왠지 모르게 그냥 정겹고 괜찮아 보였다.


뭐든 일을 펑펑 잘 저지르는 나인데, 학교 행사들이 많다 보니 쉽사리 체육관을 등록하지 못했다. 사실 말이 학교 행사이지 그냥 열심히 노느라 체육관 등록을 자꾸 미루어왔다.


마침 날씨도 너무 추워져서 두꺼운 옷을 입어 나 스스로도 내가 다시 살이 찌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몇몇 친구들이 웃으며

“그러고 보니 요새 좀 살이 찐 거 같은데?”

하며 아주 직설적으로 말해주었으나 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나는 ‘농담도 참’하며 웃어넘기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바지를 입다가 단추가 터져 나갔다.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주던 청바지 단추가 비명을 지르며 터져나가고 나서야 이대로 계속 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바로 은행에 가서 잔고를 확인해 보고 현금을 뽑아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옷을 두껍게 입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나이지만 두껍게 몇 겹을 입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추운 겨울날이었다. 체육관에 등록하러 걸어가면서도 ‘아.. 이거 너무 추워서 체육관 다니겠나.. 추운 겨울 지나면 그때 다시 시작할까..?’ 하는 생각에 잠시 자리에서 서성거리다가 다시 고개를 젓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체육관 입구는 유리문으로 되어있었다. 유리문은 마치 바깥세상과 체육관에 선을 긋듯 하얀 김이 잔뜩 서려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김 사이로 얼핏 얼핏 비치는 체육관 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유리문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차원의 문 같았다.


바깥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내 모습과는 다르게 안에서는 짧은 바지들만 입고도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문을 힘차게 열면서 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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