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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사람'으로 살아남는 법

AI시대, '인간다움'이 경쟁력이다.

by papamoon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출현한 ChatGPT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짓고, 복잡한 코딩을 해결하며, 심지어 철학적 질문에까지 막힘없이 답하는 모습을 보며 저는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족이 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지적 존재로 군림했던 그 시간이 끝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5~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들 합니다. 본디 단순 반복 노동부터 대체되리라 생각했던 예상을 비웃듯,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연구직 같은 고도의 지적 노동이 먼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에서 이미 AI가 코드를 작성하며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있다니, 이는 마치 산업혁명 때 방직기계가 수공예 장인들을 대체했던 것과 같은 냉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본질이 드러납니다. 인공지능이 그저 ‘똑똑한 지능’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가 ‘저렴한 지능’으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똑똑하면서도 저렴하다니, 이 조합은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저렴함’ 속에 인간의 존재론적 위기가 그림자처럼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나’를 돕는 기계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저의 역량을 재단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공지능에게도 아직 넘을 수 없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바로 인간의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과학과 기술처럼 정확한 데이터가 풍부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경이로운 능력을 발휘하지만,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나 직관적 통찰,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있음’에서 오는 생명력과 진정성은 아직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제프리 힌튼 같은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조차 인공지능이 진실, 일자리, 심지어 인류의 소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위기 속에서 인간다움의 진정한 가치가 역설적으로 재발견될 것이라 믿습니다. 기계가 완벽을 추구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불완전함 속에서 빛나는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현재 우리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세계화의 균열, 기후 변화까지, 인류는 전에 없던 복합 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런 전례 없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생존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먼저, 발상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이것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단순한 대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마치 활자 인쇄술이 등장했을 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문명적 격차가 벌어졌듯이 말입니다.


핵심은 ’인공지능은 할 수 없으나, 오직 나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지적 능력을 넘어, 인간만이 지닌 감정적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특히 사람과의 소통, 신뢰, 공감이 본질인 라이브 공연이나 대면 직업에서는 ‘인간적인 것’의 가치가 더욱더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평범함은 곧 대체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귀하께서 어떤 분야에 계시든, 상위 10% 안에 드는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면, 귀하의 자리는 언제든 ‘저렴한 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미래 세대가 있습니다. 바로 알파 세대와 베타 세대, 즉 태어날 때부터 인공지능과 함께 자라나는 ‘AI 원주민’입니다. 이들에게는 인간적인 교류의 의미나 지식 습득 방식이 우리 세대와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인공지능이 많은 지적 작업을 수행하면서, 어린 세대들이 직접 경험을 쌓고 전문 지식을 체득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니 길을 외우는 능력이 퇴화되듯, 인간의 사고 능력 자체가 위축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종류의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서,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조작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지켜낼 줄 아는 지혜와 비판적 사고를 포함합니다. 지금부터라도 ChatGPT나 딥리서치 같은 인공지능 도구들을 직접 사용해 보며 그 기능을 익히는 동시에, 인공지능이 때때로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코딩이나 연구 개발처럼 객관적인 분야에서는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판단력과 통찰력은 여전히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인간은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할 것입니다. 인류는 언제나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기존 방식에 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입니다. 공룡이 멸종한 것이 운석 때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듯, 우리 역시 그러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미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직접적인 충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장 슬기롭게 활용하는 인간들 간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찾아낼 줄 아는 자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것의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인간다워지는 것’입니다. 기계가 인간을 닮으려 할수록,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더욱 깊이 탐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사피엔스’로서 우리가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이며, 진정한 의미의 ‘인간다움’을 재정의하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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