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회수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복잡합니다. 미국은 “America First”를 외치며 동맹을 자산처럼 다루고 있고, 중국은 대만 해협에 점점 더 깊이 개입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21세기 초반,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방, 그리고 미래는 과연 누구의 손에 맡겨져 있는가?
그 물음 앞에 전시작전통제권 회수, 흔히 ‘전작권 전환’이라 부르는 과제가 다시 떠오릅니다. 이 문제를 단순히 지휘 체계의 변경이나 군사적 기술의 이전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국가로서 얼마나 독립적인가,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작권 회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맹을 약화시킨다’, ‘자주국방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동맹이란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주권을 존중하고 상호 보완하는 수평적 협력 관계입니다. 한국은 이미 경제력이나 기술력, 그리고 국방력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맡긴다는 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방위비 분담을 두고 여러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쾌감도 느꼈지만, 동시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미국이 우리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인식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 우리를 ‘도움이 필요한 나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그 기대를 수용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국제 질서는 예측 불가능합니다. 미·중 경쟁은 더 격화되고, 동북아시아의 안보 환경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 회수를 추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자기 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전략적 선택입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산업력, 특히 세계적 수준의 조선·방산 역량은 강력한 외교적 협상 자산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국은 이미 주변 강대국들에게 전략적으로 필요한 나라입니다. 우리는 그런 객관적 강점을 자각하고, 당당한 자세로 동맹국과 협력 관계를 조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외부보다 내부입니다. 안보 이슈를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해석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태도는 매우 해롭습니다. 전작권 회수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정권의 정책도 아닙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자기를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관한 질문입니다.
정치가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고, 언론이 군사적 위협을 과장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왜곡한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몇 발에 온 나라가 흔들리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국방력은 예전과 다릅니다. 이제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강한 나라의 태도입니다.
과거의 우리는 식민 지배를 겪었고, 전쟁과 분단이라는 아픈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그 시절 우리는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선택받는 나라에서, 선택하는 나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전작권 회수는 그런 선택의 상징입니다. 단순히 지휘권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안보와 운명을 책임지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자립 선언입니다. 이 일은 당장의 결과보다 장기적인 국익과 국민 자존의 회복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반대와 의심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불안감을 앞세워 이 문제를 지연시키려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우리 국민은 위기 속에서 더욱 성숙해졌고, 국가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습니다.
이제는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다른 나라가 정해주는 안전 속에서 머물 것인가? 이제는 스스로 책임질 준비가 되었는가?”
전작권 회수는 그 질문에 대한 국민의 답변이자, 역사에 대한 책임 있는 응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