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슈퍼 거북, 슈퍼 토끼를 본 후 깨달음 !
요즘은 어른이 보아도 마음이 움직이는 동화책들이 많다. 아이를 키우며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과 『장수탕 선녀님』을 읽었을 때, 어릴 적 골목에서 놀던 기억과 목욕탕에 가던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동화가 가진 힘은 과거의 나를 조용히 불러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책으로 한 번, 무대에서 한 번, 눈과 귀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충분히 설레는 일이었다. 결혼 전에는 혼자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2층 좌석이었지만, 그날의 공연은 내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후 아내와 연애를 하며 뮤지컬을 종종 보러 다녔지만,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그런 시간이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오히려 다시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마치 아들을 키우다 보면 아빠가 더 닌텐도 게임과 레고에 빠져드는 것처럼, 아이 덕분에 뮤지컬을 함께 보게 된 것이다. 아이도 즐겁지만, 그 시간을 함께하는 아빠 역시 충분히 즐거웠다.
아이와 함께 본 유설화 작가의 동화 원작 뮤지컬 〈슈퍼토끼〉, 〈슈퍼거북〉을 보며 공연 중간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빨라져야 했던 슈퍼 거북 ‘꾸물이’, 남들의 말에 상처받은 슈퍼 토끼 ‘재빨라’를 보며 지금의 우리 모습이 겹쳐 보였다. 비교가 쉬운 세상, 해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아이들. 그리고 정작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모른 채,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길을 따라가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까지 함께 떠올랐다. 동화 속 이야기처럼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을 보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시간을 좋아할까?’
누구에게나 책임감은 있다. 하지만 책임감을 즐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학원을 운영하며 나는 어린 나이에 많은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학원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에게 안정적인 일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 더 나은 수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 하나하나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어깨가 무거웠던 날들이 이어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또 다른 책임이 더해졌다. ‘힘들어도, 지쳐도’ 아빠는 버텨야 했다. 아이의 전부인 부모가, 아빠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늘 나를 붙잡고 있었다. 긴장된 상태로 삶을 이어가다 보니 어깨와 목이 자주 아팠다. 그럴 때면 종종 카페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앞일도 뒷일도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지금에 머무는 시간이 좋았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려놓으면 편해질까, 아니면 내려놓는 일 자체가 더 어려울까.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일과 삶의 균형, 가족과 나 사이의 균형을 계속 고민한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마련하려 노력했다. 결국 나를 잃는 것이야말로 가장 불행한 삶이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학원 원장으로서의 나, 아빠로서의 나, 그리고 ‘나’로 살아가는 삶.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역시 그런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삶을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조용히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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