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무기를 다시 꺼내다

by 파파라파랑

고깃집 사장님은 평소 저에게 동업 얘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수입을 지분만큼 가져가자는 제안이었죠.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저는 망설였고,

이에 사장님은 저를 설득하기 위해 한마디를 내뱉으셨습니다.


"너 월급, 네가 일을 잘해서 많이 받는 게 아니라는 건 알지?"


저의 가치에 맞지 않게 높은 수준으로 저의 몫을 챙겨준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저는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고깃집의 특성상 근무시간이 칼같이 지켜질 수 없어 연장을 하기 일쑤였고,

아르바이트생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주 7일 출근하는 주간도 종종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디자인이나 마케팅 채널 세팅도 재능기부 차원으로 해왔지요.

그런 저의 가치를 이렇게 깎아내리다니요.


디자이너로서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뒤,

웬만한 조건은 맞춰줄 수 있다며, 복귀 의사를 물어보는 연락을 받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어리석었던 저는 단칼에 거절했지요.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 하나만으로,

저의 가치를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날린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의 목표와 수단이 주객전도가 되어버렸습니다.

고깃집은 제가 목표를 달성할 동안

생활비를 위해 머물렀던 '수단'에 불과했지만

저는 고깃집을 마치 본업처럼 여기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의 인생을 바꿀 사람은 오직 저밖에 없었으나,

마땅한 방법을 알지 못했던 저는

강의를 듣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강의나 책을 통해 유독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가치".


제 가치는 저평가되어있었습니다.


내 가치를 하루빨리 끌어올리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지요.

그건 바로 디자인이었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가 단가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라는 그릇으로, 나의 무기인 브랜딩을 결합해

나의 가치를 끌어올려야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되었고,

홈페이지 무료 제작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건의 의뢰를 덜컥 받았지요.


그렇게 다시 저의 주력이었던 디자인 분야로 넘어오니,

식당 일이 시간적, 체력적으로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저는 식당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지요.


디지털노마드로서 자리 잡혔던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수입활동은 아직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고깃집에서 다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돌아가면 되리라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 생각에 반박을 드리자면,

정직원을 그만두고도 몇 주 정도는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바쁜 고깃집이었던 특성상, 모든 걸 할 줄 아는 제가 파트타임으로만 있기에는

사장님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고, 자꾸만 회유를 하셨지요.

언젠가는 제가 정직원 포지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고깃집과는 과감하게 작별을 고했습니다.


이젠 사람 간의 정보다는 체계가 우선시 되는 곳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찾기로 했습니다.

정말 '수단'으로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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