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을 그만두었지만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생활비가 있었기에,
저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한 카페 프랜차이즈의 바리스타 공개채용이었습니다.
파트타임 근무이기도 했고, 시급을 계산해 보면 제 고정생활비와 맞먹는 월급이라 저에게 딱이었죠.
심지어 정직원 체제였으므로, 복리후생도 만족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바리스타가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 상상이 이토록 갑작스럽게 제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광고대행사 디자이너였다가 퇴사를 하고, 뜬금없이 육절기로 냉동삼겹살을 썰더니,
이제는 별안간 커피를 내리게 되었죠.
퇴사 이후의 삶은 정말이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더군요.
바리스타로 처음 입사하고서 몇 달간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서비스 체계가 분명하게 잡혀있던 브랜드였으므로,
퇴근 후 집에 가서도 개인적으로 숙지를 하는데에 열을 올렸죠.
숙지가 되어야 업무가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매뉴얼 숙지에 집중하자니, 또다시 저의 본업과 부업이 주객전도 되는 듯했고,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쓰자니, 카페에서 업무진행이 안되었습니다.
쉽게 생각했던 제 자신에 대해 자괴감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사실 저는 매장에 퇴사의사를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그러자 점장님이나 동료 파트너들은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어주었죠.
덕분에 무사히 적응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어렵지 않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과 에너지 분배를 전략적으로 하는 것에 미숙한 사람입니다.
카페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무료 프로젝트로 작업 중인 홈페이지의 제작기간이 늘어지게 되었고요.
결국에는 작업해주고 있던 센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 손을 떠나가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남은 홈페이지 제작 실무 경험이라고는 무료 제작 단 한건 말고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제 주력이던 로고, 리플릿, 카드뉴스와 같은 디자인 작업물을 수주받게 되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내심 디자인계를 떠나고 싶었지만,
결국 또다시 디자이너가 되었지요.
그래도 저는 제 삶이 만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업무를 하다가,
바리스타로 출근을 해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는
그런 균형 잡힌 삶이었죠.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프리랜서로서 저의 영업능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