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경험도(특히 술안주로 삼을 만한 것들마저) 점차 흐릿해져 버린다.
이제 20대인데, 백발이 되면 그날 먹은 점심도 기억이 안 날 기세인지라 여기다가 나의 기억을 조금씩 옮겨놓으려 한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처럼 말이다.
23년에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GTA5의 그곳에서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인턴십을 하며, 홀로 해외에서 살아남는 힘을 길렀다.
미국은 아주 좋았다. 한국에서 같은 능력으로 벌 수 있는 돈의 2배 이상 벌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도 건재하다.
여행도 이리저리 다녀왔다. 조슈아 트리, 라스 베가스, 그랜드 캐니언, 시카고랑 노스캐롤라이나도 가봤다. 사진은 구글에서 찾는 게 훨씬 이쁘니 굳이 올리지는 않겠다.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은 정말 죽기 전에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가보시기를.
음식도 맛있었지만, 미국 음식만 먹다간 40대에 당뇨와 비만과 고지혈증으로 저세상에 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사람들도 나름 괜찮았고, 안전하게 사릴 거 사리고 생활한다면 정말 꽤 윤택하게 잘 사는 인생이 쭉 흘러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들었는데...
왜인지는 지금 와서도 모르겠다. 가서 공황 발작(으로 추정되는 증상)을 겪었다. 죽는다는 공포는 상상 이상으로 무서웠다. 독감 이상의 근육통과 발열, 심장의 두근거림은 구글에 열심히 검색해도 심장마비, 협심증, 뇌출혈 같은 무시무시한 질병의 증상이라고만 나오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응급실에도 두 번 갔지만,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딱 그 시기에 나는 이미 인턴십을 일찍 마치고 일본에 가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미국에서 열심히 일본어도 공부하고, 면접 준비도 해서 합격까지 했다. 그래서 2주 뒤에 퇴사하고, 미국에서 모은 돈으로 부모님께 미국 여행을 2주 간 시켜드릴 예정이었는데, 하필 그 때 저 증상이 발현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심으로)살기 위해 예약해 놓은 모든 투어랑 호텔, 비행기표를 취소하고, 부모님께 여행을 안 간다고 통보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괜한 걱정까지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모님은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어마어마하게 실망하셨다. 내가 불효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모든 짐을 내려놓으니, 기적같이 몸이 말끔해졌다. 아픈 증상도 사라졌고, 정말 평범한 하루와 똑같은 상태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와 200을 내고 심장 정밀검사까지 받았지만, 매우 평범하게 건강한 신체라고 했다. 혈액검사든 뭐든 다 정상이 나왔다. 지금도 나는 그게 뭐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해외에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일 스트레스인지, 아니면 식중독에 걸린 건지... 지금은 그래도 일본에 있기에 미국보다는 안심이 된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일본 비자를 받고 올해 초에 일본으로 건너왔다. 근데 또 그사이에 일본 내에서 직장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풀 예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일본에서 어떻게든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앞으로는 과거에 있던 술안주로 삼을 만한 썰을 푸는 동시에, 살아가면서 내가 새로이 도전하는 것들, 인상에 남은 경험을 여기에 하나하나 옮겨 적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