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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peltina Mar 13. 2024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같은 한 문장

"언니 요즘 이 노래 유행인데 들어봤어?"

"뭔 노래?"


출근준비를 하는데 동생이 다가와

요즘 꼭 들어봐야 하는 노래라며

왠 귀여운 목소리에, 가사가 다소 이상한 노래를 틀었습니다.

제목도 '밤양갱'이라던데,

한번 들었을 뿐인데 음도 그렇고 가사도 이상해

뇌리에 콕 박히더군요.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이야'


물론 저는 양갱보단 약과를 더 좋아하지만..ㅎㅎㅎ

하루종일 흥얼대다 컴퓨터를 켰습니다.

밤양갱 같은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사건들이 생각나서요.




한 동안 무기력이 찾아왔었습니다.

퇴근 후 밥을 해 먹는 것도 귀찮고 청소도 미뤘습니다. 간신히 빨래만 해가며 1주일을 보냈죠.

당연히 글도 도무지 쓸 힘이 나지 않았었습니다.

써 놓았던 글조차 재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솔직히 적었던 글들이 괜히 내 얼굴에 침 뱉은 기분이라 브런치에 로그인조차 못하겠더라고요.


딱히 큰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젠 제법 비대면 남편 건강관리도 익숙해져 가고, 일도 하나씩 잘 마무리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놈의 행정처리가 문제죠.    

내 나라가 아닌 나라에 살다 보면, 으레 겪을 법한 일들이지만 이렇게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한꺼번에 몰려오면 아무리 6년 차 이방인이라고 할지라도 멘탈이 갈갈 갈리고 맙니다.

그리고 이렇게 멘탈이 갈갈 갈리고 나면

작은 상처들도 크게만 보이고 그러더라고요.

힘을 얼른 내고 싶었는데, 힘이 나지 않았습니다.

빨리 다른 일정들도 좀 준비하고, 앞으로의 대비도 해야 하는데.. 자꾸 몸은 꼬르륵 가라앉기만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카톡'


이런 시기면 어찌 알고 언니가, 친구가 먼저 연락을 줍니다.

둘 다 혈연은 아니지만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는 사이가 됐습니다.

티를 안 낸다고 생각하는데, 두 사람 눈을 속일 수는 없나 봅니다.

한참을 속시원히 체면 생각 않고 털어놓으며 울었다 웃었다 하고 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딱히 답도 없는 고민들은 가끔 이런 게 해결책이 될 수도 있구나 하고 배웁니다.


"괜찮아?"


라는 의미를 가진 카톡 속 한 문장이 제겐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같았습니다.




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브런치가 생각났습니다.

이미 금요일이 지나버려 한 주 결석은 따 놓은 당산이었죠.  

죄책감이 몰려오던 찰나, 제 작은 종에 빨간 동그라미가 보였습니다.


브런치 특성상, 나쁜 댓글보다 좋은 댓글들이 더 많지만

아무래도 아직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 보니 행여나 글에 실수가 있었을까 싶어

알림을 볼 때마다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오랜만에 용기 내 들어왔는데 혹시나 싶어 그냥 미룰까 했지만 그 빨간 점이 신경 쓰이더군요.

눈을 질끈 감고 눌러봤습니다.


세상에나!

예상치도 못하게 또 든든한 응원 댓글들을 만났습니다.

글은 마음이 담겨 있다더니.

한 동안 말없이 응원의 글들을 읽어 내려가며, 어제까지도 미워했던 내 글들을 남겨둘 용기를 냈습니다.


정말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댓글 덕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어제.

늘 꿈꾸던 에디터 픽에 제 첫 완결 브런치북이 올라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첫 책이다 보니 구성도 엉성하고, 기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꼭 한번 돼보고 싶던 꿈 하나를 이렇게 이뤄줬네요.

아픈 상처가 담긴 책이었지만 이젠 보면서 씁쓸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합니다.

모두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같은 달콤한 하루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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