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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Mar 31. 2024

(   ) 싶은 마음이 궁금해요

수정 가능한 세계 

  나를 알고 싶은 마음에 브런치를 시작했다. 1월 말에 시작했고 오늘이 3월 마지막 날. 두 달 여 동안 67편 썼으니 하루 한 편 이상은 쓴 셈이다.  


  오후 2시부터 4시 30분 정도까지 꾸준히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밥 먹으면 자동으로 노트북을 챙겨 집 근처 카페로 갔다. 처음엔 글 쓰는 시간이 어색했다.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도 있어서 자꾸 시계를 보았다. 써서 뭘 해. 나를 갈구는 내 목소리도 들렸다. 그럼에도 다시 물음표로 돌아갔다. 딱 한 개의 물음표는 오늘, 마주해 보자. 


   쓰다 보니 시간이 달라졌다. 마치 내 글을 기다리고 있었던 마냥 반겨주는 듯했다. 술술. 신나게 썼다. 금세 17편의 글이 완성되었고 '질문 자판기 1호'로 묶였다. 바로 '질문 자판기 2호'를 기획했다. 처음엔 '선물'이라는 주제로 질문을 하고 글을 썼으나 쓰다 보니 '감정'에 대한 글로 흘러갔다. 


   연재도 시작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주일에 3일은 연재를 걸어두었다. 다소 빡빡한 일정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써둔 글을 정리하는 것이라 부담되지는 않았다. 정리를 마치고 새 글을 쓰려고 했는데 정리를 하면서 새 글을 쓸 수 있었다. 


  정리는 묘했다. 어떤 글은 여전히 살아있어 흥미롭지만 어떤 글은 죽어 있었다. '사사프로젝트'를 하면서 썼던 대부분의 글은 죽었고 '시시시작'의 급한덕과 똑순애의 시는 지금도 살아있다. 정리는 글쓰기의 방향을 알려준다.  


   토요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연습하려고 '스프링 연습장'을 만들었다. 맥없이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쓰려고 했는데 저절로 맥이 생겨서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과 에피소드를 꽤나 열심히 주절대고 있다.


  묘하게 브런치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를 만난다. 과거 긴밀한 관계일 때 썼던 우정을 지금은 쓸 수 없다.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그도 나도 달라졌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나중의 나는 쓸 수 없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분명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두 달 글 쓰면서 읽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 자신 없는 일 중 하나였다. 내가 왜 이 책을 끝까지 읽는지. 혹은 그러지 못하는지. 불편해하는지 알지 못했다. 조급한 마음이 늘 궁금해하는 마음을 이겼다. 


  쏟아져 나오는 매력적인 책을 많이 읽고 싶은 욕심에 한  권의 책에 오래 머무르는 건 불가능했다. 그나마도 기억하고 싶은 구절은 필사했지만, 다시 곱씹지는 않았다. 필사는 노력 없이도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습관대로 했을 뿐이다. 좋다. 별로다. 평가하고 책장을 덮으면 끝이었는데 지금은 책에 좀 더 머물고 아끼는 마음으로 다가간다.

  

  나의 글쓰기는 연습에 가깝다. 노력 중이다. 예전처럼 쓴 글을 파일 안에 쌓아두지만은 않겠다. 글 하나하나 마무리한 뒤 공유하고 싶다. 그러나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공개글을 쓰는 만큼 비밀글도 늘고 있다.  

   

  글쓰기는 수정 가능한 세계로 열어두고 싶다. 전에는 글을 수정하는 게 싫었다. 번거롭기도 했고 한 번에 잘 쓰지 못하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구질구질했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나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더 잘 보이고, 보이는 족족 체크해 두고 수정한다. 고치면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계속 읽고 쓰고 싶다. 


  싶은 마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싶다

1.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욕구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2. 앞말이 뜻하는 내용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

3. 앞말대로 될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


  단, 쓰는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얽매이면 자유를 잃게 된다. 처음과 달리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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