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의 산책
안 가겠다
고집부리는 놈을
겨우
끌고 나왔다
어디 갈 거냐
왜 가는 거냐
복잡하게 구는 놈에게
대꾸 없이 걷는다
눈앞에 보이는 이 길 대신
눈길만 가끔 주었던
그 길로 들어서본다
바람들은 나뭇잎들을 흔들고 그 재미에 나무들은 들썩이고 들썩임에 개미들은 괜히 분주하고 그 와중에 버섯들은 오롯하다 그 길을 걷는다
숲은 복수형이다
놈은 방금 몸을 동그랗게 말아 앞 구르기를 하는 개미를 봤다며 들썩인다
버섯이 솟아나는 소리가 궁금하다며 땅에 귀를 들이댄다
새들이 개처럼 짖어댄다며 비유법의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놈은 웅크렸다 앉았다 일어났다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조용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늘을 봤다 땅을 봤다 멈췄다 걸었다 킁킁 대다 두리번대다 심호흡을 한다
놈은
들떠 보인다
놈은 내게서 빠져나와
스스로 걷고
나는 놈을 지켜본다
놈에게서 축축하고 묵은 먼지 냄새 대신
바람 냄새가 났다
놈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