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남자
구겨진 남자
남는 종이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남는 종이로 뭘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종이 접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동물도 접고 꽃도 접고
구름까지 접을 수 있었다
남는 종이를 넘겨보다가
얇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접기 쉬워 보여도 시간이 걸려요
주인은 말했다
지갑을 열어 종이 두 장을 주고
남는 종이 한 장을 받았다
일정한 크기의 선을 만나면 안으로 접고
짧고, 길고
반복되는 선을 만나면 바깥으로 접었다
안으로 접을 땐 마음을 접었다가
바깥으로 접을 땐 접힌 마음을 다시 펼쳤다
종이 접기가 끝났을 때
며칠은 굶주린 듯 보이는
구겨진 남자가 완성되었다
쌀을 씻고 밥을 앉혔다
2인분 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