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지는 않나요?

by 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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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_5

내가 발제를 맡게 된 <흰산 도로랑>과 <삘릴리 범범>

호랑이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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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산 도로랑> 주인공 도로랑의 아버지 사냥꾼 백 포수와 백호가 대면하는 장면이 떨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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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를 감싸고 있던 빛이 뻗어 나와 강보에 아기 싸듯, 백 포수를 감쌌다. 그러자 잊힌 것, 일부러 잊고자 한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총 맞은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귓속에서 울리고, 그들의 고통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


짧은 순간 백 포수는 슬픈 백호 눈동자에서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


모든 사냥꾼이 백 포수처럼 눈에 불을 켠 채 일 년 열두 달, 가리지 않고 사냥해 대진 않는다. 오로지 백 포수만이 갓 털 난 어린 짐승까지 눈에 띄는 족족 죽이고 벗기고 잘라서 내다 팔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느끼지 않는 척, 생각하지 않는 척 자기 자신까지 속였기 때문이다. 눈물방울이 투두둑 떨어졌다.


”이제 내가 너와 네 부끄러움을 함께 거두리라.“

다시 천지가 울리고, 백호는 순식간에 백포수를 삼켰다. (27-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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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포수도 백호와의 만남으로 인해 마지막 순간에는 고통을 느끼고 눈물 흘릴 수 있었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숨을 거두었다.


나는 나를 속이며 사는가? 언제, 어떤 순간에 그러는가? 왜 그러는가? 묵직한 질문이 연이어 생겼다.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과거의 나는 어땠지?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는다.


작가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고 살면 좋을지 질문을 품고 흰산 도로랑을 썼다 한다. 음… 나는 만물과 조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피어났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조화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보자. 말과 행동이 조화롭기를. 나와 타인이 조화롭기를. 세상과 내가 조화롭기를. 어둠과 빛이 조화롭기를. 서로에게 이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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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연 책친구 S에게 동화가 필요한 이유를 묻자, 정말 말도 못 하게 멋진 말을 남겨주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나와 내가 보지 못하는 타인을 보게 해준다.“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친구 말에 의하면 과학적으로도 세계는 보이지 않는 것들로 구성된 비중이 높다 한다. 수긍이 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이 왜 필요할까. 나의 삶은 표면만을 비추고, 표면만을 보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지하 깊은 곳, 심해의 어떤 지점, 공기 중에 부유하는 감각 같은 것들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상처, 고통 같은 것들은 덮어두었다. 무겁고 힘겨운 일이라고만 생각해 제껴두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우선, 자신의 편협한 생각에 갇혀서는 안 된다. 갇히지 않으려면 타인과 만나야 한다. 입을 모았다. 다른 시각, 다른 마음을 배울 수 있으니까. 나 혼자 용기 내긴 어렵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친구가 있다면… 조금은 수월해진다. 나는 이제 내 곁에 머물러 있는 나를 북돋아 주는 친구들의 힘을 믿고 더불어 살아가보려 한다. 내 생각에는 힘을 좀 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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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 S가 삘릴리 범범 토선생 역할을 너무 실감 나게 읽어줘서 재미있었다. 아이들을 삘릴리 피리 부는 장면을 좋아한다 했다. 덩실덩실 리듬감 가득한 그림책! 소금장수는 빨강 탈을 쓰고 다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니 초가집 기둥 한편에 빨강 탈이 걸려있다. 탈을 벗고 지내는 소금장수의 일상이 궁금해진다.


#흰산도로랑 #임정자 #우리교육 #삘릴리범범 #박정섭 글 #이육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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