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날씨 : 아침에 바람 소리를 들으며 멍했다. 나뭇잎의 반짝임을 보았다.
엄마 방에 있던 소파를 내어 평상 위에 얹었다. 뭐랄까. 소파의 지위가 달라 보였다. 극진히 모셔야 할 것 같은... 느낌. 평상도 높은데, 소파 위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었을까. 좁은 방 뒷 벽에 붙어 있던 소파는 궁색 맞아 보였는데, 너른 마당에서는 위풍당당하다. 소파에 앉아 책 보면 잘 읽히려나. (젠장 맞을 그놈의 책책책)
소파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소파를 빼고 엄마 방에 침대를 들였다. 황토숯침대. 헤드가 mdf라서 사고 싶지 않았는데... 아빠가 (제일 저렴한 침대) 그걸로 결정하고, 계약했다. 오전에 침대가 왔고 엄마는 방바닥, 소파가 아닌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되었다. 엄마 방에 젠장맞을, 몸에 해로울 듯한 냄새가 났다. 곧 익숙해지겠지만... 그 익숙함을 알고 있어서 미리 슬퍼진다.
내가 돈을 벌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며칠 동안의 지속적인 우울은 이것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결정장애와 운전 못함. 쓸모없는 인간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마음. 아빠가 그 침대를 사는 것을 막고 싶어서 나 혼자 흙침대 판매 매장 1. 허준 흙침대 2. 흙표 흙침대. 두 군데를 가보겠다고 했다. 맵을 보며 땀을 줄줄 흘리면서 매장 위치를 찾아갔지만, 1번은 폐업 딱지가 붙어 있었고 2번은 아예 다른 매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화를 미리 해보았다면 그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겠지만...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라 전화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내가 우겼다면, 아빠와 싸웠다면... 백 삼십만 원짜리 소나무 흙침대를 살 수 있었을까. 알아서 자포자기. 왜, 돈이 있어도 좀 더 좋은 물건 사는 것에 돈을 쓰지 못할까. 나도 그렇고, 아빠도 그렇고. 쓰면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일까. 돈을 절약하는 게 아니라 돈으로 하대하는 느낌이다. 10만 원만 더 쓰면 볕 잘 드는 쾌적한 원룸에서 살 수 있었는데도 늘 볕이 들지 않는 원룸에 살았다. 바퀴벌레들이 여름이면 출몰했고 바퀴벌레는 나와 함께 방을 썼다. 녀석들은 나중에 나와 사는 게 익숙해진 건지 움직임조차 느려졌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는 불쌍하게 여기는 게 좋을까.
나올 때 보니, 엄마가 좁은 소파에 웅크리고 모로 누워 있을 때보다는 낫네. 오늘 밤, 황토숯의 힘으로 엄마가 전보다는 잘 자기를... 염치없지만, 바라본다. 마른장마라 좋은 점은 딱 하나. 집에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지 않는다.
볕이 잘 드는 원룸에서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