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구름 울음
다시 보고 싶어 기차에 올라탄다 기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어떤 집의 내부가 훤히 보일 때가 있다 기차가 멈추지 않으니 본 것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빨래가 널려 있던가 빗자루가 있었나 지붕 색은 주황이었나 기차에서 밖을 보는 일은 금세 희미해진다 꿈처럼 아이들은 곡선보다 직선을 긋기 어렵고, 구름이 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것이라고 기차는 시시각각 알려준다
아름다운 구름이 머문 자리는, 머문 자리도 구름답습니다. 익산역에서 내릴 손님 안녕히 가십시오
구름이 내리고 구름이 탄다 한가득 구름 구름을 아낀다 아끼는 마음은 되려 망가지기 쉬운가 분명 아꼈는데 이제 더 이상 너와 닿지 않는다 너를 생각하니 구름이 다가온다 너는 구름을 잘 보는 사람 한 번도 따르지 않던 구름 하나가 나를 보며 운다
너는 아무리 울어도 눈물이 안 나 눈물이 안 난다면 아마 나는 계속 울면서 다닐지 모르겠어 누군가의 울음이 구름처럼 들리면 보고 싶다
거기 찔레 덤불인데… 오지 마 오지 마 찔려 찔레 덤불에 털을 쥐어 뜯기고 뜯기며 해치고 해치며 앙칼진 덤불 속을 나온다 계단을 허겁지겁 먹을 기세로 내려온 너 그렇게 애써 도착한 목적지가 나라니 바짝 다가와 네 몸을 내 다리에 부비고 내 다리 사이를 밀착한 채로 빠져나간다 몸을 낮추니 내 손에 네 작은 얼굴을 들이민다 쓰다듬쓰다듬으니 바닥에서 뒹굴뒹굴 이제 무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텅 빈 주머니 내어줄 것이 없다
너는 나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온다 안녕 안녕 거듭 말하니 걸음을 뚝 멈추고 목적지가 사라질 때까지 운다 구름 구름 피어난다
네 등 쪽 털에 붙어있던 연두색 풀씨 세 개가 눈꺼풀에 옮겨붙는다. 흰 구름이 공중에서 흩어지고 나는 너를 데리고 꿈속으로 갈 뿐 집으로는 함께 가지 못한다 나는 거기까지인 사람 네게도 집을 감춘다 너와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울어서 상한 괴상한 얼굴로도 너를 맞이할 수 있겠지
이제 떠나는 길인지 돌아가는 길인지 헷갈리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다시 보내는 마음으로 갈아탄다 눈을 감으면 풀씨가 진동한다 구름의 울음을 멀리멀리서 느낀다